“79세 치매 고객에 판 DLF, 80% 배상이 최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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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세 치매 고객에 판 DLF, 80% 배상이 최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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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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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금융사 내부통제 책임 첫 인정

40~80% 배상 결정ㆍ개별조정 권고에 피해자들 반발

DLF(파생결합펀드) 피해자가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DLF 사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개최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우리·하나은행의 불완전 판매가 아닌 사기판매를 주장하며 계약 무효와 일괄배상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79세 치매환자에게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한 은행에게 투자 손실액의 80%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80%는 역대 최고 배상 수준이다. 금감원은 대표적인 분쟁조정 사례 6건을 정해 배상비율을 40~80%로 차등화했는데, 피해자들은 “개별 재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기본 배상비율 55%에서 투자자마다 가감

5일 금감원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해외금리 연계 DLF 상품에 가입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 6명에 대한 배상비율을 40~80%로 결정했다. 지난달 30일까지 접수된 276건의 DLF 관련 민원을 6가지 대표 유형으로 분류해 일종의 본보기 판정을 내린 것이다.

불완전판매로 인정된 6개 사례는 공통적으로 △은행이 투자자 성향에 맞지 않는 상품을 권유했거나(적합성 원칙 위반) △원금 손실가능성 등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설명의무 위반) 문제점이 있었다. 금감원은 적합성 원칙ㆍ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기본적으로 배상비율을 30%로 적용하고, 여기에 은행 본점 차원의 내부통제 부실 책임(20%)과 초고위험상품의 특성(5%) 등을 가산했다. 최종 배상비율은 이 55%에 사례마다 투자자의 책임 정도를 고려해 가감했다.

◇금융사 내부통제 책임 첫 인정

금융사의 내부통제 위반 책임이 손실 배상비율 결정에 반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은 통상적으로 영업점 직원의 법 위반 행위를 기준으로 불완전판매 배상비율을 정했지만 이번 DLF 사태는 국민적 관심이 크고, 은행의 과도한 수익추구 부작용이 컸다는 점에서 다르게 판단했다.

이날 결정된 최고 배상비율은 투자경험이 없고, 난청에 치매까지 앓던 79세 노인에게 DLF를 판매한 우리은행에 내려졌다. 우리은행 직원은 투자자성향을 임의로 ‘공격투자형’으로 작성하고, 고령 투자자가 거쳐야 하는 다른 가족 동의 절차도 밟지 않았다. 투자경험이 없는 60대 주부에게 “지난 10년간 손실확률이 0%였다”며 권유한 사례도 75% 배상비율을 인정 받았다.

하나은행의 경우 정기예금 상품을 문의하러 온 고객에게 DLF 가입을 권유한 사례에 65% 배상비율이 결정됐다. 하나은행 직원은 은행이 판매한 DLF 상품의 기초자산이 미국 금리가 아닌 영ㆍ미 CMS였는데도 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잘못 설명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날 결정한 배상비율을 각 은행에 전달하고 은행과 투자자 간 자율조정을 유도할 방침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투자자들이 분쟁조정 절차를 거칠 순 없기 때문에 이날 결정된 배상비율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평순 금감원 팀장은 “만약 은행이나 투자자가 배상비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법원에서 상품 판매과정이 사기로 결론 날 경우 법원으로부터 100% 배상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 “조정결과 수용 못 해”

한편 DLF 투자 피해를 본 우리ㆍ하나은행 고객들은 이날 금감원의 ‘40~80% 배상’ 권고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은행 차원의 중대 책임이 드러났음에도 전액 배상이 나오지 않은데다, 일괄 배상안 대신 개별 조정을 권고해 신속한 피해구제가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80% 배상 결정을 받은 79세 치매 고객 A씨의 피해 구제를 도왔던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A씨는 100% 배상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며 “조정 수용 여부 결정에 20일의 기간이 남아 있지만, A씨 본인도 ‘(배상 비율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매우 화가 나 있다”고 전했다.

피해 고객들로 구성된 DLF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DLF비대위)는 “일부 분쟁의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은행과 피해자들의 자율 조정에 맡긴다면, 은행은 금감원 조사결과나 피해자들이 입증 가능한 증거가 있는 경우만 빼고 나머지는 회피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다수 피해자가 신속히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집단 분쟁조정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비대위는 “이미 금감원 조사로 은행의 불완전판매뿐 아니라 다수 위법행위가 드러났다”며 “은행은 공모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사모로 쪼개기 판매까지 했는데 금감원은 은행에 대한 검찰 고발과 수사 의뢰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분쟁조정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배상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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