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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올랐지만 매물 없어요”… 빗나간 정부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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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올랐지만 매물 없어요”… 빗나간 정부 계산

입력
2019.12.09 04:40
수정
2019.12.09 08:4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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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폭탄ㆍ집값 상승 기대, 되레 매물 걷어들여

서울 아파트 값 6년 연속 상승… 최장 기록 경신

이달 초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매 및 임대 물량이 게시돼 있다. 종합부동산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서울 주택시장에선 다주택자들이 집값 상승 기대와 양도소득세 부담 때문에 좀처럼 매물을 내놓지 않는 분위기다. 연합뉴스
이달 초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매 및 임대 물량이 게시돼 있다. 종합부동산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서울 주택시장에선 다주택자들이 집값 상승 기대와 양도소득세 부담 때문에 좀처럼 매물을 내놓지 않는 분위기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중개사가 지난달 집을 내놨다가 거둬들인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원하는 가격에 맞춰드리겠다”며 다시 집을 팔 것을 권유했지만 그는 “일 없다”며 곧바로 끊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며칠 전에는 계약 직전 매도 의사를 철회한 사람도 있었다”며 “집만 나오면 그 자리에서 사겠다는 대기자는 줄을 섰는데 내놓겠다는 사람이 없어 애타게 매도 문의 전화만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강화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징수에 나서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현실화했지만 정부 기대와 달리 시장에선 매물 잠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보다 최고 3배 오른 종부세를 피해 집을 처분하려 해도 양도소득세 부담이 오히려 더 큰 데다가 집값도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보유세(종부세+재산세) 인상 정책이 ‘주택 처분 증가→집값 안정’이란 소기의 효과를 내려면 거래세(양도소득세+취등록세) 인하 등 ‘퇴로’를 함께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2주택자 보유세 및 양도소득세 비교. 그래픽=김문중 기자
서울 2주택자 보유세 및 양도소득세 비교. 그래픽=김문중 기자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1일 기준 1가구 1주택은 공시가격 9억원 이상, 2주택 이상은 합산 6억원 이상이면 이달 16일까지 종부세를 납부해야 한다. 특히 다주택자는 납부액 상한이 지난해 대비 최고 3배, 세율이 최고 3.2%로 인상돼 종부세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이런 조치에는 보유세 부담을 이기지 못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공급 부족이 완화될 거란 정부의 계산이 깔려 있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규제 효과가 연말부터 가시화할 것”이라고 자신했는데 이 또한 연말 종부세 납부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말 종부세 고지서 발송에도 서울 주택시장 매물난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전월(9,313건)의 4분의 1로 급감하면서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서울 주택가격이 24주 연속 상승 랠리를 이어가면서 집주인들의 추가 집값 상승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전년 동기 대비 1.82% 상승, 연간 기준 2014년 이래 6년 연속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6년 이래 최장 기록 경신이다.

양도세 중과는 다주택 처분의 또 다른 걸림돌로 꼽힌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전용 84.93㎡)와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84.59㎡)를 보유한 2주택자가 올해 내야할 보유세는 2,246만2,495만원으로 지난해(1,188만6,448원)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이는 마포 아파트를 처분할 경우 내야 할 양도세(2억9,710만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파느니 버티는 쪽을 택하는 게 합리적인 상황인 셈이다.

강남구 도곡동의 중개업소 대표는 “반년 만에 집값이 2,3억원씩 오르는 것을 경험한 터라 세금은 대출을 받아서라도 감수하겠다는 집주인들이 대부분”이라며 “자산가들은 이미 증여나 임대사업 등록으로 종부세를 피했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억대 양도세를 내면서 무리하게 팔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집을 내놓는 사람들도 서울 주택 대신 양도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수도권 인근이나 지방 주택을 우선 처분하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전략을 쓰고 있어 서울의 매물 잠김 현상은 이래저래 심화하는 양상이다.

주택시장에선 거래세를 낮춰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탓”이라며 “보유세를 인상하더라도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는 한시적으로라도 낮춰 다주택자 보유 물량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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