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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진 칼럼] 검찰의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

입력
2019.12.05 18:00
수정
2019.12.05 19: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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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고비마다 정국 흐름 바꾸려는 檢

개혁 저항할수록 개혁 당위성은 커져

秋 후보자, 檢개혁 확실히 착근시켜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가 5일 오전 청와대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발표 직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차기 법무부 장관 내정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오대근기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가 5일 오전 청와대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발표 직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차기 법무부 장관 내정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오대근기자

검찰의 조국 수사가 마무리 단계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수사 범위는 더 확대되고 후폭풍도 가늠키 어렵다. 검찰은 청와대를 정면 겨냥하며 루비콘강을 건넜다. 조국 수사가 이렇게 전개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정경심 교수 구속 후 조국 기소와 법정 다툼 정도가 그려지는 예상도였다. 하지만 검찰이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면서 수사의 본류가 급변했다. 처음엔 민정수석 조국이 타깃인가 했는데, 수면 위로 드러난 수사의 전체 그림은 조국 민정수석실을 매개로 한 권력 핵심의 비위 의혹이다.

검찰이 언제쯤 사건의 얼개를 이렇게 짰는지는 알 수 없으나 수사 확대의 전격성을 감안하면 수사 초기부터 조국 민정수석실의 비위 의혹을 감지하지 않았을까 싶다.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의 폭로 이후 9개월, 황운하 대전경찰청장 피고발 이후 1년 6개월 동안 검찰이 허송세월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점과 두 사건이 미칠 정치적 파장을 두루 감안하면 검찰이 그간 수사의 완급과 수위, 타이밍을 조절해왔다고 보는 것은 상식에 부합한다.

검찰은 조국 수사를 통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무기로 언제든 정국 흐름을 자기 의도대로 주도할 수 있는 힘과 두뇌를 갖고 있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검찰은 어떤 정권 아래서나 권력과의 거리를 조절하는 수완을 발휘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윤석열의 검찰도 다르지 않다. “검찰개혁에 반대하지 않는다”지만 조국 수사는 ‘우리를 건드리는 자,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발신 중이다.

검찰은 대부분의 수사ᆞ권력기관이 그런 것처럼 늘 상대의 약한 부분을 파고든다. 그래서 엉뚱한 상상을 해봤다. 만약 조국이 민정수석으로 계속 재직했다면 윤석열의 검찰은 지금과 같은 수사를 했을까. 언젠가는 캐비닛에서 ‘조국 파일’을 꺼내겠지만, 적어도 그 시점이 지금은 아니었을 것이다. 조국은 ‘살아 있는 권력’이고 ‘미래 권력’이 될 가능성도 있으니 때를 보며 주시했을 것이다.

검찰은 조국 수사로 ‘살아 있는 권력’의 이중성과 부도덕성을 드러내는데 성공했다. 그것으로 검찰의 존재 이유를 인정받고 신뢰를 얻길 원할 것이다. 하지만 내심은 조직 보호에 더 쏠려 있다. 공수처 설립과 수사권 축소를 용인할 수 없던 차에 ‘뼛속까지 검찰주의자’ 윤석열로서도 ‘부도덕한 자의 개혁’은 수용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마음의 빚은 부차적이다. 정치 권력은 유한하지만, 검찰은 영원하다는 것을 줄곧 봐온 그다.

공수처가 발족하고 수사지휘권이 사라져도 검찰의 본성은 달라지지 않는다.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 수사에 보듯 레이더망에 걸리면 불법 범죄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곳이 검찰이다. 일단 범죄 가능성부터 의심하고, 그려놓은 틀에 사건 퍼즐을 맞춰 나가고, 별건 수사나 구속영장 청구 여부, 구형량 조정 등으로 사건 관계인을 압박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익숙하다.

검찰의 공세 앞에 선 청와대와 여권은 인사권과 감찰권이라는 법적 권한을 사용해 검찰을 통제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어려움은 권력과 검찰의 관계를 대등하게 정립해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중립을 확보해가려는 길목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 과정이다. 만약 추미애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취임 후 인사권 행사로 조국 수사ᆞ지휘라인 검사들을 솎아낸다면 권력과 검찰의 관계는 과거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하수 중의 하수다.

검찰이 다양하고도 집요한 방법으로 개혁에 저항할수록 개혁의 당위성과 명분은 더 쌓이게 된다. 검찰의 본성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채 검찰개혁에 접근한 것은 문재인 정권의 뼈아픈 실책이다. 검찰개혁 관련 입법의 실현은 그래서 시급하다. 동시에 법무부와 대검이 제시한 자체 개혁안의 착근도 중요하다. 어떤 정권 아래서도 검찰이 개혁 내용을 후퇴시키지 못하게 만들어 놓는 것, 그것이 검찰 문민 통제 실현의 지름길이자 추미애 후보자 앞에 놓인 최대 과제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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