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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황새 복원, 환경부서 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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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황새 복원, 환경부서 맡아야

입력
2019.12.05 17:54
수정
2019.12.0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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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서식지 복원은 국고 낭비로 이어져

박시룡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박시룡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우리나라 황새 복원사업은 1996년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센터가 러시아로부터 황새 2마리를 들여오면서 시작됐다. 1971년 충북 음성군에서 마지막 황새가 밀렵꾼의 총에 맞아 사망한 지 25년 만이었다. 당시 황새복원을 주도한 필자는 이 사업을 환경부가 맡아줄 것을 강력 요구했으나, 황새가 천연기념물이라는 이유로 문화재청 주관 사업으로 정해졌다.

당초 이 사업은 종 복원사업으로 명명됐고, 문화재청은 황새라는 종의 개체 수만 늘리는 게 복원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황새복원은 러시아, 독일, 일본으로부터 도입한 38마리 가운데 암수 10마리, 즉 5쌍을 가지고 증식이 시작됐다. 황새는 한해 3~4개의 알을 낳는다. 문제는 한번 짝을 맺으면 짝을 바꾸지 않고 해마다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가 태어난다는 사실이다. 현재 사육중인 170마리(교원대와 예산군 분리 사육)의 황새는 2015년부터 자연에 방사돼 생존해있는 40여 마리와 유전적으로 근친 관계다.

사육중인 황새들을 계속 방사시키면 근친교배로 인한 번식능력 및 면역력 저하로 종의 소멸을 촉진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황새복원 사업으로 자연에 방사된 것들 가운데 21마리는 이미 폐사(실종 개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겨우 3쌍만 충남 예산군 지역에서 사람들이 뿌려준 먹이에 의존해 살고 있다. 나머지 39마리의 방사 황새들은 이미 오염된 서식지(현 서식 위치; 충남, 전라 남ㆍ북도)에서 살고 있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문화재청은 종 복원사업의 본질이 개체 증식이 아닌 서식지 복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황새가 멸종된 가장 큰 원인은 황새의 먹이가 급감한 것이다. 논 습지를 포함한 농경지가 농약, 제초제 그리고 축산분뇨로 오염돼 황새가 주로 먹던 물고기, 들쥐, 양서ㆍ파충류, 곤충 등 생물들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황새를 텃새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농경지를 유럽 선진국처럼 농사를 짓는 농민들을 농산물 생산자가 아닌 생태 관리자로 보는 인식전환이 우선돼야 한다. 농지 생태관리 기본법 제정도 뒤따라야 한다. 이는 농약과 제초제를 쓰지 않고 농사짓는 농민에게 기본임무표와 고급임무표를 작성하게 해 차등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 9월 예산군은 황새축제라는 이름으로 10마리의 황새들을 또다시 자연에 방사했다. 서식지 복원은 안중에도 없고 황새 수를 계속 늘려 이렇게 방사만 일삼는 것은 황새를 사지(死地)로 모는 행위다. 종 복원은 각 종의 전문가들이 이끌어야 한다. 그런데도 주무 부처인 문화재청과 그 산하 기관에는 종 복원 전문가가 한 사람도 없다. 지금이라도 이 사업을 환경부로 이관해 국고낭비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이 참에 천연기념물 야생 동ㆍ식물 관리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해 멸종위기 종의 체계적인 서식지 보호와 복원을 서둘러야 한다.

박시룡 한국교원대 명예교수(전 황새생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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