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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렬 포항지진 트라우마센터장 “주민들 아직도 휴대폰 진동에 깜짝 놀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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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렬 포항지진 트라우마센터장 “주민들 아직도 휴대폰 진동에 깜짝 놀라요”

입력
2019.12.08 10:51
수정
2019.12.08 17:50
27면
0 0

지진 당시 현장심리지원단장 활동

피해컸던 흥해읍에 센터 문 열어

이영렬 경북 포항지진 트라우마센터장이 2017년 11월 포항지진 때 재난심리지원 단장으로 활동할 당시 모습이 담긴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영렬 경북 포항지진 트라우마센터장이 2017년 11월 포항지진 때 재난심리지원 단장으로 활동할 당시 모습이 담긴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17년 11월 경북 포항지진 때 한달 간 현장심리지원단장을 맡았던 이영렬(58) 전 국립부곡병원장이 포항지진 트라우마센터장으로 돌아왔다. 이 센터는 포항지진 피해자 중 아직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기 위해 지난달 27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문을 열었다. 흥해읍은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곳이다.

이영렬 센터장은 “2년 만에 돌아와 당시 면담했던 주민 몇몇을 만났는데 아직도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며 “휴대폰 진동에도 깜짝 놀랄 만큼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간호사와 심리사, 복지사 등 모두 9명이 일하는 트라우마센터는 문을 연지 며칠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하루에 40여명이 찾을 정도로 붐비고 있다. 2개 층, 연면적 554㎡ 규모에 두뇌 스트레스 측정기와 뇌파검사기, 음파 반신욕실, 진동음향세러피 장비 등을 갖추고 있는데 센터 장비를 놀릴 틈이 없을 만큼 바쁘게 돌아간다.

이영렬 경북 포항지진 트라우마센터장이 지난달 27일 트라우마센터 개소식 때 지진 피해 주민들이 남긴 메모를 읽고 있다.
이영렬 경북 포항지진 트라우마센터장이 지난달 27일 트라우마센터 개소식 때 지진 피해 주민들이 남긴 메모를 읽고 있다.

그는 “지진 발생 2년이 지났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로 주민들이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계속되는 여진과 지진을 일으킨 지열발전소가 여전히 있다는 사실로 두려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센터장은 정신과 전문의면서 국내에서 재난현장을 가장 많이 누빈 심리 전문가다. 2014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5년간 국립정신병원 가운데 영남권을 관할하는 국립부곡병원장으로 일했다. 대구와 경북, 경남과 부산까지 영남지역 재난 사고에 모두 그가 있었다. 포항지진은 물론 2016년 경주지진과 지난해 47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지난 4월 경남 진주 안인득 방화살인사건에도 심리지원단장으로 활동했다.

이 센터장은 “여러 재난 현장을 가 봤지만 포항지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지진 직후 대피소인 흥해실내체육관에 도착했는데 난민촌과 같은 광경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달간 머무르며 어린이집과 학교, 가정 집까지 문을 두드려가며 피해 주민을 만나 심리 상담을 했다”며 “지진 때 너무 놀라 말을 하지 않는 세 살 어린이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주민들의 트라우마가 여전하고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이영렬(58) 경북 포항지진 트라우마센터장이 5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트라우마센터 사무실에서 지진 피해 주민들의 증세를 설명하고 있다.
이영렬(58) 경북 포항지진 트라우마센터장이 5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트라우마센터 사무실에서 지진 피해 주민들의 증세를 설명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포항지진 심리지원단에서 한 달 간 상담한 8,000여명 중 1,000여명은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피해 주민들간 고통을 서로 나누는 연대가 중요하다고 보고 자조모임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트라우마센터는 정부와 경북도, 포항시가 예산을 분담해 운영하고 있다. 이영렬 센터장은 “센터 개소 후 자신도 피해자면서 다른 피해 주민을 돕겠다는 사람들이 많아 치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주어진 시간 주민들이 하루 속히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데 힘을 쏟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포항=글∙사진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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