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신문, 김정은 백두산 군마 등정 보도 뒤 ‘항일 빨치산 정신’ 강조
자신들이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면서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한 정권이 주민들을 상대로 ‘항미(抗美) 내부 결속’을 위한 총력 여론전에 나설 조짐이다. 최근 군마를 타고 군 간부들을 대동한 채 백두산에 오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일제 강점기 ‘항일(抗日) 빨치산’ 활동을 이끈 김일성 주석에 은근히 빗대면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백두산 군마 등정 보도 다음 날인5일 항일 빨치산 정신을 강조하며 김 위원장을 향한 충성을 결의하고 자력갱생과 체제 수호의 당위성을 호소하는 당ㆍ군부ㆍ내각 고위 간부들 명의의 기고문 여러 건을 실었다.
박광호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백두산의 위대한 장군이신 최고 영도자(김 위원장) 동지를 따라 온 나라 전체 인민이 백두산형의 혁명가, 항일 빨치산들을 닮은 참된 애국자가 되자”고 역설했다. 리히용 함경북도 당 위원장도 “항일전의 빨치산 대오를 방불케 하는 군마 행군 대열의 선두에서 힘차게 달리시는 최고 영도자 동지의 영상을 우러르며 우리 혁명이 나아갈 길, 우리 인민이 간직해야 할 명맥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심장 깊이 새겨 안게 되었다”고 전했다.
군 장성인 방관복은 “항일 투사들, 그들이 지녔던 숭고한 사상 정신적 풍모와 투쟁 기풍이야말로 우리 군인들이 대를 이어 물려받아야 할 귀중한 유산 중의 유산”이라며 “군 장병들은 당 중앙을 결사 옹위하는 억척의 방탄벽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철민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중앙위원장도 “혁명의 시련을 겪어보지 못한 우리 새 세대 청년들이 항일 혁명 선열들이 지녔던 불굴의 투쟁 정신으로 튼튼히 무장하자면 백두의 칼바람 맛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국제사회 대북 제재의 장기화에 대비해 ‘자립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고 독려하는 기고문도 포함됐다. 김덕훈 내각 부총리는 “적대 세력들의 집요한 고립 압살 책동으로 어려움이 많다”면서도 “백두의 혁명 정신, 자력갱생의 혁명 정신만 있으면 우리는 우리 힘으로 얼마든지 잘살아갈 수 있고 우리 식으로 발전과 번영의 길을 열어나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를 치밀하게 수행하겠다며 “인민 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더욱 강화하며 우리 힘과 기술, 자원에 의거하여 경제 건설 대진군을 다그쳐 나가는 투쟁의 앞장에 서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3일 군 고위 간부들과 함께 한 백두산 군마 등정과 백두산지구 혁명 전적지 시찰 과정에서 북한이 현재 “제국주의자들의 전대미문의 봉쇄 압박 책동 속”에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자력 부강, 자력 번영의 노선을 생명으로 틀어쥐고 자력갱생의 불굴의 정신력으로 사회주의 부강 조국 건설에 총매진하자고 당부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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