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홍콩 인권법’ 제정에 이어 ‘신장(新疆) 인권법’을 3일(현지시간) 통과시키면서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가 미중 갈등을 부추기는 ‘제2의 홍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장 지역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중국 주류 한족이 일찌감치 신장 지역을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5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 관리들이 신장 지역을 하나둘 탈출하려는 조짐이 눈에 띄고 있다. 최대 100만명을 감금하고 있는 위구르족 수용소에 대한 국제적 압박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위구르족을 강제 수용하는 등 신장에서 인권유린을 자행한 중국 공무원을 제재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미국의 신장 인권법 제정에 맞물려 유엔 역시 신장에 조사관을 파견하려는 기색이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베이징(이 파견한) 관리들이 골치 아픈 지역을 떠나고자 한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신장 지역 통치권을 강화하기 위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규모로 공무원들을 파견하는 것은 물론, 한족의 신장 지역 이민을 적극 장려해 왔다. 하지만 공무원들 사이에서 신장 지역 근무를 회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자연스럽게 한족의 ‘엑소더스’가 벌어지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신장을 떠나는 이들이 드러내는 이유는 대부분 사막지형으로 이뤄진 신장의 생활환경이 어렵다는 것이다.
한족 공산당 간부들을 위구르족과 함께 살게 하는 것도 문제가 됐다. 위구르족을 손쉽게 관리하겠다는 게 이유지만 한족과 위구르족 사이 문화 차이 탓에 적응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SCMP는 “신장에 파견된 한족 공산당 간부의 자녀들은 신장에 살지 않는다”면서 “(당 간부가) 신장에 파견되길 거부하면 그 자리에서 해고된다”고 전했다. 신장 지역 정부가 일자리 등 혜택을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당 간부들조차 이 지역을 떠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신장 지역의 한족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2010년 신장 지역 한족 인구는 전체의 40%인 883만명이었으나 2015년에는 860만명으로 23만명 줄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신장 위구르 자치구 수도인 우루무치의 2018년 인구는 350만명이다. 이 역시 2016년 352만명에서 감소한 수치다. 통계국이 민족별 인구수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한족 인구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SCMP는 보도했다. 리지안신 베이징대 사회학과 교수는 SCMP에 “(한족은) 불만을 입 밖으로 꺼내는 대신 지역을 떠나는 것으로 의사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미 하원이 신장 인권법을 통과시키자 격하게 반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성명을 발표해 이 법안이 중국 내정을 심각하게 간섭한 것이라며 “중국은 강렬한 분개와 반대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화춘잉 대변인은 “신장 문제의 근본은 인권, 민족, 종교 문제가 아니며 반테러와 반분열의 문제”라며 이번 법안이 중국의 대테러 노력을 모독했다고 비난 목소리를 높였다. 신장 지역의 이슬람 주민들이 테러와 연관됐을 수 있으며 이를 차단하기 위해 이곳에서 이슬람 주민들을 ‘재교육’하고 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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