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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돌아온 ‘1박 2일’, ‘안전’ 택한 모험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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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돌아온 ‘1박 2일’, ‘안전’ 택한 모험 통할까

입력
2019.12.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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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 만에 새 시즌으로 돌아온 ‘1박 2일-시즌4’가 오는 8일 첫 방송을 시작한다. KBS2 제공
9개월 만에 새 시즌으로 돌아온 ‘1박 2일-시즌4’가 오는 8일 첫 방송을 시작한다. KBS2 제공

‘1박 2일’이 9개월간의 오랜 휴식에 마침표를 찍는다. KBS의 대표 예능인 ‘1박 2일’의 귀환을 두고 오랜 고민을 거듭하던 채널의 선택은 결국 ‘안전’이었다.

KBS2 ‘1박 2일’ 시즌4가 오는 8일 첫 방송을 시작한다. 앞서 ‘1박 2일’ 시즌3는 지난 3월 출연 멤버였던 정준영의 ‘몰카 파문’으로 직격탄을 맞은 이후 또 다른 멤버인 김준호와 차태현이 때 아닌 내기골프 의혹에 휩싸이며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악재를 맞았다. 결국 같은 달 제작진은 ‘1박 2일’ 방송 및 제작 무기한 중단을 결정했다.

2007년 첫 시즌 방송 이후 12년간 KBS의 간판 예능으로서 오랜 시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1박 2일’의 제작 중단 소식을 향한 충격은 상당했다. 사회적 파장이 상당했던 사태와 관련돼 제작 중단을 결정했던 만큼, 방송 재개 여부와 그 형태를 두고도 대중의 의견은 분분했다.

이 가운데, 지난 10월 말 KBS는 ‘1박 2일’ 시즌4의 본격 제작 돌입 소식을 알렸다. 이후 새 시즌 출연자의 윤곽 역시 드러났다. 원년 멤버였던 김종민을 제외하고는 배우 연정훈, 김선호, 개그맨 문세윤, 래퍼 딘딘, 빅스 라비로 꾸려진 전혀 예상치 못한 라인업이었다.

그러나 확 바뀐 출연자들을 제외하면 프로그램 론칭 이후 최대 위기를 딛고 9개월 만에 돌아 온 ‘1박 2일’ 시즌4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1박 2일’이 다시 돌아올 경우, 제목까지 바꿀 정도로 대대적인 개혁을 도모하지 않겠냐”는 추측이 전해지기도 했건만, 정작 베일을 벗은 새 시즌은 ‘도전’보단 ‘안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1박 2일’은 복귀 이후 곧바로 잠시 자리를 비워뒀던 편성 시간대부터 제 자리를 찾았다. ‘일 오후 6시 30분’이라는 KBS2 일요일 예능 프라임 시간대를 9개월 만에 다시 꿰찬 것이다. 시간대의 변동은 없었다. ‘1박 2일’의 귀환에 따라 자연스레 해당 시간대 방송 되던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일요일 오후 9시로 편성 변경을 맞이했다.

이 같은 편성 배경에 대해 지난 달 18일 열린 KBS2 신규 프로그램 설명회 당시 이재우 예능센터장은 “‘1박 2일’은 그 자리에 있는 게 가장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내부적으로도 이번 개편 최대 화두가 ‘1박 2일’의 방송 시간대였다고 밝힌 이 센터장은 “‘1박 2일’ 시즌3가 갑자기 종료되면서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를 론칭했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안착했다. 그러다 보니 이 프로그램을 다른 곳에 쫓아내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KBS의 간판 예능인 ‘1박 2일’을 프라임 시간대에 넣기 위해 ‘슈돌’의 편성 변동은 불가피 했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이 때문에 ‘슈돌’과 ‘개그콘서트’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등 일요 예능 시간대에 연쇄적인 변화가 예상돼 고민이 컸다”면서도 “고민 끝에 도전을 해 보자는 판단이 이르렀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편성본부 역시 ‘1박 2일’ 편성을 두고 오랜 기간 각종 가능성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고심을 거쳐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고민 끝 ‘1박 2일’에게 일요일 프라임 시간대 편성을 내어준 채널의 의도는 결국 프로그램에 충성도 높은 고정 시청층들을 확보하고 출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1박 2일’은 위기를 맞이하기 전까지 늘 두 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해 오던 상황이다. 새 시즌 역시 익숙한 시간대의 편성을 통해 꾸준한 ‘팬심’을 쌓아온 시청층을 안고 간다면, 큰 리스크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인 셈이다.

‘1박 2일’은 출연진을 제외하곤 포맷, 편성 시간 등 대부분을 이전 시즌들과 비슷하게 유지했다. KBS 제공
‘1박 2일’은 출연진을 제외하곤 포맷, 편성 시간 등 대부분을 이전 시즌들과 비슷하게 유지했다. KBS 제공

‘여행 예능’이라는 프로그램의 주된 포맷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첫 촬영에서는 “대한민국 리얼 로드 버라이어티”를 외치며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하기도 했다. 첫 방송에 앞서 공개된 짧은 티저 영상에서 제작진과의 미팅 중 ‘입수’나 ‘야외 취침’ ‘복불복’ 등을 언급하는 멤버들의 모습 역시 앞으로 그려질 이야기들이 이전 시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을 예감케 했다. 심지어 지난 12일 KBS 본관 앞에서 진행됐던 첫 촬영 당시 포착된 새 시즌 멤버들의 모습은 ‘인물만 바뀌었을 뿐’, 누가 봐도 ‘1박 2일’ 촬영 중임을 알 수 있을 만큼 익숙했다.

앞서 ‘1박 2일’ 시즌4의 연출을 맡은 방글이 PD는 “기존에 사랑 받았던 특별함에 새로움을 더해 업그레이드 된 시즌4를 선보이겠다”며 “신선한 멤버들의 조합으로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1박 2일’ 시즌이 탄생할 예정”이라는 포부를 전한 바 있다.

물론 새 멤버들과 함께 출발하는 만큼, 시즌4는 분명 이전과는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출연자들의 캐릭터에서 오는 재미 역시 분명 어느 순간 한계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사실은 앞으로 ‘1박 2일’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신선함’이 언제까지 프로그램의 ‘차별점’이 될 수는 없다.

‘슈돌’을 오후 9시 시간대로 편성 이동까지 하면서 확보하고자 했던 ‘고정 시청층’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도 아직은 미지수다. ‘1박 2일’이 자리를 비운 9개월 간 시청자들의 니즈는 빠르게 변화했으며, 그 사이 다양한 여행 예능은 빠르게 진화하며 새로운 재미를 거듭했다. 만약 제 자리를 찾아온 ‘1박 2일’ 시즌4가 ‘안전함’을 위해 재미 역시 별 다른 변화 없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믿고 있던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는 것이 녹록치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포맷부터 편성까지 기존 시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행보를 선택한 ‘1박 2일’ 시즌4의 결정에 대해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들여다봐야 한다”며 “제목 자체가 ‘1박 2일’인 상황에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고, 한정된 시간 안에 그 여행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제약을 가진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애당초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가 없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만약 이 틀을 깨게 된다면 완전히 새로운 프로그램이 되는 셈인데, 채널의 입장에서는 ‘큰 틀 자체를 깨면 고정 시청층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박 2일’ 시즌4는 기존의 고정 시청층의 충성도에 기대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새 시즌에 기대를 많이 걸고는 있지만, 이들이 현재 KBS의 예능 브랜드를 대표한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지금 채널로서는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자 가장 안전한 선택일 것”이라고도 전했다.

다만 정 평론가 역시 안전에 기댄 ‘1박 2일’ 시즌4의 행보가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트렌드에 발맞추기에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시청자들은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항상 ‘새로워야 한다’ ‘트렌드에 맞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1박 2일’이 이러한 니즈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완전히 다른 것을 시도해야 하는데, KBS의 입장에서는 상징성이 크고 오랜 기간 광고 수익도 독보적이었던 ‘1박 2일’이라는 브랜드를 버릴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공감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채널과 시청자, 양측의 입장 모두 이해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찌됐든 ‘1박 2일’은 오는 8일 새로운 출발점을 나선다. ‘안전’을 택한 결정이 모험이 돼 버린 상황 속 새 시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익숙함 속의 새로움’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숙제다.

정 평론가 역시 “익숙한 것들 안에서 새로운 것을 찾는다는 것이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초반에는 새로운 인물들 간의 케미 창출에 주력하겠지만, 이 같은 재미로는 기존의 고정 시청층을 잡을 순 있어도 보편적인 시청층을 확보하긴 어렵다”고 방안 모색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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