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상의ㆍ경성대 산업개발硏 공동조사
수출 상위 20개 품목 ‘무역전환효과’ ↑
中 거쳐 완제품 형태 美 수출품목 적어
기업 10곳 중 8곳 “직접 악영향 없다”
부산지역 제조업체들은 미ㆍ중 무역 분쟁의 반사이익으로 주요 품목의 수출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부산상의(회장 허용도)와 경성대 산업개발연구소가 공동으로 조사 분석한 ‘미ㆍ중 무역 분쟁이 부산 제조업 수출에 미치는 영향’ 연구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연구에는 지역 수출 제조기업 300개사의 실태조사도 병행됐다.
5일 연구 결과에 따르면 3차례에 이르는 미국의 대중 제재 기간 부산의 대미수출 상위 20개 품목 중 다른 외부요인의 효과가 큰 1위 품목 자동차를 제외한 19개 품목의 수출실적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0개 품목이 부산의 전체 대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선으로, 이중 3개 품목을 제외한 17개 품목이 대중 제재품목에 해당된다. 실제 이들 품목의 대미수출은 대중 제재가 시작된 2018년 7월 이후인 2018년 3분기 전년동기대비 24.6% 증가했으며, 2018년 4분기에는 46.1%, 2019년 1분기 39.3%, 2019년 2분기 15.7%로 각각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대중 제재로 인해 부산의 대미 수출 품목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는 무역전환효과를 보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부산의 대미수출 품목 중 85%(2018년 기준)는 미국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경쟁하고 있다.
부산의 대중 수출 상위 20개 품목의 수출 실적도 같은 기간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2018년 3분기 전년동기대비 2.5% 감소 이후 4분기에는 7.3% 증가했으며, 2019년 1분기에는 82.4%, 2분기에는 62.7%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대중 수출 상위 20개 품목 중 3개 품목을 제외한 17개 품목이 미국의 대중 제재품목에 해당됨에도 불구, 대중 수출이 증가했다는 것은 부산에서 중국으로 수출되는 자본재나 중간재가 중국을 경유해 완제품화 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처럼 부산의 대미, 대중 수출 상위 20개 품목의 수출실적을 보면 미ㆍ중 무역 분쟁이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지역경제에 실보다는 득이 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특히 지역의 수출 제조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미ㆍ중 무역 분쟁으로 직접 악영향을 우려한 기업은 많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 업체의 79.3%가 미ㆍ중 무역 분쟁의 ‘영향이 없다’고 응답한 반면 ‘부정적이다’고 응답한 비율은 19.4%에 그쳤다.
다만 거시적 관점에서는 미ㆍ중 무역 분쟁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세계경제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는 응답 업체의 70.3%, 한국경제에 대해서는 67.0%, 부산경제에 대해서는 61.3%가 각각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미ㆍ중 무역 분쟁의 기업에 대한 영향도 이처럼 직접 영향보다는 분쟁으로 인한 세계경제 둔화와 같은 간접 영향을 대부분 우려했다. 미ㆍ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손실 원인을 물은 결과 응답 업체의 89%가 세계경기 둔화를 원인으로 지적한 반면 대중 수출 감소, 대미 수출 감소를 원인으로 지적한 기업은 각각 6.7%, 2.7%에 불과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미ㆍ중 무역 분쟁이 지역 수출 제조업체에 단기적으로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장기 관점에서는 보호무역 강화, 세계경제 둔화 등의 악영향이 기업경기 침체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기업별, 업종별 장기 대응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상균 기자 sgm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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