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덤덤, 속으론 “검찰이 무리수” 부글부글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을 두고 검찰이 6시간 동안 청와대 압수수색을 진행한 4일, 청와대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겉으로는 덤덤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압수수색 현장에 몰려든 취재진에게 “연풍문 앞은 취재 불가 지역”이라며 접근을 막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할 것이란 얘기가 전해지자 청와대 측은 “사실이 아니다”고 일단 부인부터 했다. 그러다 오전 11시 30분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의 검사와 수사관들은 청와대 경내로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압수수색이 있더라도 특별감찰반원들이 있는 창성동 별관이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근무하는 청와대 여민관 정도가 그 대상이 되리란 예상이 많았다. 청와대는 국가주요시절이라 수사관들이 직접 압수수색하지 않고 압수목록을 제시하면, 청와대 직원들이 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검찰과 청와대는 제3의 장소를 접점으로 사전 조율했을 가능성이 높다. 검사와 수사관들은 청와대 경내에 위치한 서별관에서 자료를 넘겨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압수수색 사실을 공식화한 건 이날 정오쯤이었다. 검찰도 정규영 서울동부지검 전문공보관이 문자 메시지 형태로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오전 11시30분쯤 대통령비서실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만 밝혔다. 압수수색이 끝난 오후 5시 35분쯤, 압수수색 종료 사실도 똑같은 방식으로 알렸다.
청와대는 겉으로는 덤덤한 분위기였다.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한다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검찰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관련 압수수색 때 이미 민정수석실 컴퓨터를 통째로 가져 갔는데, 또 무슨 자료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이날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일반 시민들 접근이 가능한 창성동 별관에는 보수 진영 유튜버와 시민들 수십여 명이 몰려들었다. 연풍문 건너편에는 취재진이 진을 쳤다. 그러자 청와대는 압수수색 현장 취재를 엄격하게 막아서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직원들은 연풍문 건너편 취재진을 향해 거듭 “연풍문 앞은 취재 불가 지역이니 나가달라”고 밝혔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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