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복지 석학들 학술대회 간담회
“새 삶을 계획하는 기반 역할 해
다른 정책과 결합하면 시너지 커”
“보편적 현금성 복지가 효과가 없다는 의견에 반대한다. 유럽에서 아동수당은 2차 세계대전 직후 현재의 한국보다 유럽이 더 가난했던 시절에 보편적 급여로 시작됐다. 아동수당은 빈곤을 감소시켰고 시민들에게는 세금을 내면 실제로 이득을 얻는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 (요아킴 팔메 스웨덴 웁살라대 교수)
한국을 찾은 유럽 복지학계 석학들이 보편적 현금복지 제도가 사회적 빈곤을 개선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 분명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근 국내에서 아동수당ㆍ청년수당 등 현금성 복지사업을 두고 수급자가 돈을 낭비하거나 근로의욕이 꺾일 것이라는 비판이 불거졌는데 이러한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5일 열리는 ‘2019 사회보장 국제학술대회’를 앞두고 보건복지부가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4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제시됐다. 이번 국제학술대회에는 스웨덴복지위원회 의장이자 스웨덴 싱크탱크인 스톡홀름 미래연구원장을 지내며 스웨덴 복지모형을 설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요아킴 팔메 교수를 비롯해 유럽연합(EU)의 재정준칙인 안정ㆍ성장협약을 개발하는데 참여한 페르 에케펠트 박사 등 유럽의 복지분야 석학 9명이 발제자로 참여한다.
이날 간담회에서 유럽 학자들은 현금성 복지가 유럽에서 이미 효과를 거두고 있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선별적 복지는 대상을 선별하기 위해 기준을 정해야 하기 때문에 꼭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배제되거나 복지혜택이 적정 수준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팔메 교수는 “자산을 조사해서 급여를 나눠준다면 결국 극소수만 이러한 현금성 복지 제도의 대상이 될 텐데 그러다 보면 대다수 시민은 이러한 제도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게 되고 제도가 효과를 거둘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니크 반더보르트 벨기에 세인트루이스브뤼셀대학 정치학 교수는 아무런 조건 없이 현금을 주는 기본소득 실험 결과를 제시했다. 그는 “핀란드에서 2,500명 규모로 실업자를 대상으로 기본소득을 나눠주는 실험을 한 결과 사람들의 노동공급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사람들이 공짜 돈으로 생각하고 무임승차하는 대신, 이를 기반으로 해서 앞으로 새로운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계획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학자들은 또 현금 또는 현물복지가 다른 사회정책과 잘 결합하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티네 로스트고르 덴마크 사회과학연구원 박사는 “덴마크에선 아버지가 육아휴직을 해야만 현물급여를 지급하게 해 육아휴직이 많아진 효과를 거뒀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제도가 재원 부족으로 중단되지 않고 지속가능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학자들은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물론 세원 확대가 필요하지만 복지가 ‘사회적 투자’이기도 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복지가 세원을 늘릴 수 있다는 논리다. 팔메 교수는 “한국처럼 저출산 국가에서는 아동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고 그 결과 세원(납세자)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케펠트 박사는 “유럽에서는 여러 국가들이 같은 성과를 내기 위해 얼만큼 자원을 투입하는지 비교하는 방식으로 각국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비교하는데, 그와 같은 방식으로 복지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라고 제언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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