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대권 도전을 포기했다. 첫 유색인종 여성 대선 후보로 기대를 모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선거자금 부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당내 경선에서 중도 하차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에는 대차게 응수하며 자존심은 지켰다.
해리스 의원은 3일(현지시간)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내 대선 캠프에는 선거를 지속할 만한 자금이 없다. 모든 측면을 살펴본 끝에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결정을 내렸다”며 경선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나는 분명히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원하고 여전히 이 싸움 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해리스는 민주당 대선 경선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7월 열린 민주당 1차 후보토론회에서 인종차별 이슈를 놓고 지지율 선두를 달리던 조 바이든 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여 큰 호응을 얻었다. 덕분에 지지율이 2위(16.2%)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고, 줄곧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인도와 자메이카 이민자 부부 가정에서 태어난 해리스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등을 거쳐 2016년 미 역사상 두 번째 흑인 여성 상원의원이 됐다.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트럼프 행정부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이 때문인지 이날 해리스의 경선 포기 소식을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저런 안됐네. 당신을 그리워할 것”이라며 비아냥 섞인 트윗을 올렸다. 그러자 해리스는 “걱정하지 말라. 재판에서 보자”고 맞받아쳤다.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상원 탄핵심판을 단단히 벼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해리스의 낙마로 민주당 경선 주자는 15명으로 줄었다. 일각에선 4강권인 바이든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모두 백인이어서 미국 사회가 아직 인종문제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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