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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 가족 “중고 경차 1대 샀더니 양육비 20만원 끊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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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 가족 “중고 경차 1대 샀더니 양육비 20만원 끊겨”

입력
2019.12.05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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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부모도 한가족이다] (상) 현실과 동떨어진 양육비 지원기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17년 이혼 후 홀로 고등학교 3학년 딸과 중학교 3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는 조소영(가명ㆍ45)씨는 지난 3월 처음으로 둘째를 위해 5만원짜리 수학학습지를 신청했다. 14세 미만이었던 정부의 저소득 한부모가족 양육비 지원대상이 올해부터 만 18세 미만 자녀로 확대되면서 첫째에게 양육비 20만원이 지급됐기 때문이다. 그 동안 둘째 앞으로 월 13만원의 양육비가 나왔지만, 딸의 대학 입시가 급하다 보니 조씨는 13만원을 딸의 입시용 교재비로 썼다. 조씨는 4일 “두 아이 모두에게 양육비가 지원되지 않았다면 첫째가 수강해야 하는 15만원 정도의 인터넷 강의를 신청하는 일조차 버거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와 같은 한부모가족은 한부모 홀로 생계와 자녀돌봄을 책임지는 일이 많아 빈곤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돌봄을 위해 임금이 적더라도 일하는 시간이 탄력적인 일자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한부모 2,500명을 조사한 결과 취업자 중 상용근로자는 52.4%에 불과했다. 취업 한부모의 월평균 근로ㆍ사업소득은 202만원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임금 평균 242만3,000원(2017년)의 83%에 불과했다.

한부모가족 양육비 지원제도. 그래픽=박구원 기자
한부모가족 양육비 지원제도. 그래픽=박구원 기자

이런 생활고에 자녀 교육 비용은 후순위로 밀리기 십상이다. 한부모들은 학원에 다니거나 체험학습에 참여하고 싶어도 집안사정 때문에 눈치를 보는 자녀를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한다. 여가부의 조사에 참여한 한부모 10명 중 8명은 자녀의 나이와 상관없이 ‘양육ㆍ교육비용이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그나마 올해부터 양육비 지원대상 연령을 18세로 높이고 금액도 월 20만원(청소년한부모 35만원)으로 올렸지만, 여전히 대상자 선정을 위한 소득ㆍ재산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한부모가족의 최소한의 주거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공제한 뒤 소득을 따져 지원대상을 선정한다. 대도시는 5,400만원, 중ㆍ소도시는 3,400만원이 공제액이다. 가령 서울에서 전세가 1억원의 집에 산다면 5,400만원을 뺀 뒤 4,600만원의 재산이 있다고 환산한다. 하지만 서울 원룸 전세가만 해도 5,000만원이 훌쩍 넘는 현실에서 공제액이 너무 적어, 많은 한부모들이 지원경계선에 놓인다. 예를 들어 월 100만원을 버는 한부모가족이 서울에서 6,000만원짜리 전세집을 얻어 사는 경우, 주거용재산 환산율(월1.04%)에 따라 월 약 52만원의 환산소득이 발생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월 약 152만원의 수입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면서 한부모가족 수급기준인 중위소득 52%(2인기준 151만1,395원)를 넘는 것이다.

만약 차량을 구입한다면 가격의 100%가 월소득으로 환산되므로 사실상 지원이 끊기게 된다. 실제로 네살 딸을 키우는 미혼모 하모(35)씨는 “지난해 1,000만원짜리 중고 경차를 샀는데 재산으로 반영되면서 양육지원금이 끊겼다”며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꼭 차가 필요한데 정부는 여전히 ‘저소득층은 차를 몰아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여가부 가족지원과 관계자는 “예산 한계상 지원기준을 크게 확대하기 어려워 중위소득 60% 이하 한부모에게는 전기ㆍ수도요금을 감면하는 등 비급여성 지원부터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소득이 올라가 지원이 중단되고, 가구의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는 한부모가족의 자립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배윤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한부모가 지원 기준 이상 소득을 가지게 됐을 때 유예기간을 가지거나, 지원금액을 포함한 가구소득 수준을 고려하는 등 세밀한 접근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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