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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보 12연패 탈출 뒤엔… 구단주 믿음ㆍ팬들의 무한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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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보 12연패 탈출 뒤엔… 구단주 믿음ㆍ팬들의 무한사랑

입력
2019.12.04 15:34
수정
2019.12.04 18:2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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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과 주장 김학민이 3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경기에서 연패를 끊은 뒤 기뻐하고 있다. KOVO제공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과 주장 김학민이 3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경기에서 연패를 끊은 뒤 기뻐하고 있다. KOVO제공

매일 승부의 세계를 살아가는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연패에 빠졌을 때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12연패에 빠졌던 남자배구 KB손해보험 역시 그랬다. 길고 어두웠던 연패 기간, 그리고 49일 만의 승리를 거둔 날 KB손해보험 훈련장과 라커룸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KB손해보험은 3일 경기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19~20 V리그 OK저축은행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완승했다.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에도 두 차례나 ‘역스윕’ 경기를 주고받았고, 올 시즌 두 번의 맞대결에서도 모두 세트스코어 3-2까지 접전을 펼친 숙적이다. 그래서 선수들은 1, 2세트를 먼저 이기고도 끝까지 마음을 놓지 못했다. 승리 직후 선수들은 마음의 짐을 덜어낸 듯 얼싸안고 마음껏 기뻐했다.

연패 기간 주전 세터 황택의와 김정호, 정민수 등은 스트레스로 몸무게가 2~3㎏씩 빠졌다. 지난달 30일 삼성화재전을 앞두고는 주전 선수들이 단체 링거까지 맞았다.

이적 첫해 주장을 맡은 김학민(36)의 고충이 가장 컸다. ‘베테랑’ 김학민은 경기 후 결국 눈물을 보였다. 대한항공 입단한 이후 늘 상위권에만 있던 김학민에게 올 시즌 팀을 옮긴 후 ‘최하위’라는 성적, 특히 12연패는 겪어보지 못했던 충격이었다. 김학민은 경기 중 황택의에게 ‘어려운 공은 형한테 올려줘. 내가 다 때려줄게’라며 분위기를 띄웠다고 한다. 그는 “시즌 전 준비를 많이 했는데, 그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아 힘들었다”며 “후배들보다 더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오늘 경기가 잘 풀렸다”고 말했다.

연패 기간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건 역시 사령탑인 권순찬 감독이다. 권 감독은 연패 중 선수들에게 “내가 감독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종의 충격 요법이었다. 권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가 ‘마지막’이라고 하면 분위기가 반전될까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면서 “‘왜 안 하느냐’고 야단치기보다 선수들을 더 믿었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권 감독은 지난달 26일 한국전력 전에서 패(11연패째)한 뒤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당시 사직서를 갖고 구단주 집무실에 들어가자, 양종희 구단주가 “이제 다시는 배구 안 할 것이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권 감독이 머뭇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자, 양 구단주는 “사퇴가 가장 쉽다. 남은 선수들은 어쩔 것이냐”라며 “다른 일을 하려거든 지금 사직서를 내고 가되, 앞으로 배구를 계속하려거든 여기서 계속 하라”며 만류했다. 이후 KB손해보험은 삼성화재전에서 한번 더 패했지만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고, OK저축은행 전에서 승리를 거두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권 감독은 승리 후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사직서 제출은) 내가 너희를 믿지 못했다. 너희는 끝까지 하려고 했는데, 안 풀리다 보니 모질게 대했다”라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이런 권 감독의 모습에 선수들도 왈칵 눈물을 흘렸다.

KB손해보험 라커룸에 전달된 팬들의 응원 메모. KB손보배구단 제공.
KB손해보험 라커룸에 전달된 팬들의 응원 메모. KB손보배구단 제공.

팬들의 ‘무한 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이날 경기장에는 기존 응원 문구 대신 ‘할 수 있다, KB’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지난달 23일 대한항공 전에서 일부 팬들이 간절히 외친 구호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팬들이 목청이 터져라 외치는 모습에 선수단 및 프런트가 모두 감동 받았다”면서 “모든 팬이 함께 외치면 좋겠다는 생각에 공식 응원 문구로 정했다”라고 말했다. 또 연패 중에 팬들은 ‘선수들을 믿는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짤막한 편지를 구단에 보냈는데, 이 메시지는 고스란히 선수들의 라커룸에 전달됐다.

의정부=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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