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무역협정이 4일 일본 참의원을 통과하면서 국회 비준 절차가 마무리됐다. 지난달 19일 중의원을 통과한 데 이어 이날 표결로 미일 양국에서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된다. 미국은 국회 승인을 받지 않고 대통령 권한으로 발효시키는 특례조치를 미일 무역협정에 적용키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9월 25일 뉴욕에서 미일 무역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에 따르면 일본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이탈한 미국에 TPP 수준으로 농산물 시장을 개방해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의 관세를 현행 38.5%에서 단계적으로 9%까지 낮춰준다. 미국도 공작기계 등 일본산 공산품에 대한 4.2%의 관세를 발효 2년 차에 철폐, 에어컨 부품에 적용되는 1.4%의 관세를 발효와 동시에 폐지한다. 다만 일본의 대미(對美) 최대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관련 부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관세 철폐에 대해 양측이 계속 협의할 것을 합의했다.
일본 내에선 미국이 요구한 농산물 시장 개방 및 관세 인하를 합의한 반면, 일본이 요구했던 자동차 및 관련 부품 관세 철폐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익의 균형이 무너진 협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에선 미국과 자동차 관세를 둘러싼 협의를 계속하는 것을 확인한 것에 불과할 뿐, 관세 철폐를 약속 받은 게 아니라고 비판했다. 향후 실제 협의가 이어질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전날 여당 주도로 미일 무역협정이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정부는 미일 쌍방에 '윈윈'이라고 성과를 강조하지만, 국회 심의에서 불편한 데이터는 내놓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였다”며 “일본에 불리한 내용일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번 협정을 둘러싼 협상은 내년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무역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대로 진행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재선에 성공할 경우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다는 자동차업계의 우려도 나온다. 반면 일본 정부는 이번 협정으로 무역액 기준으로 일본 측의 84%, 미국 측의 92%의 관세가 철폐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