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현대자동차 전시장에 마르틴 빈터코른 당시 폭스바겐그룹 회장이 나타났다. 그해 폭스바겐은 차 생산대수 세계 1위에 오르며 승승장구 중이었다. 빈터코른 회장은 현대차의 소형차 i30 운전석에 앉아 내부를 꼼꼼히 살펴봤다. 운전대 높이를 조정해 보다 임원을 불렀다. 그리고 “운전대를 조정할 때 소음이 안 들린다, 우리도 BMW도 못 하는 것을 어떻게 현대차가 할 수 있냐”고 물었다. 현대차 품질이 세계 일류 수준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 세계 1위 업체의 부러움을 샀던 현대ㆍ기아차는 이후 성장을 거듭해 2014년 800만대 판매를 기록하며 세계 5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2015년 801만대를 정점으로 추락을 거듭해 지난해 737만대로 줄었다. 이익은 더 심각하게 줄고 있다. 현대차 1대당 영업이익이 2013년 135만5,000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29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추락의 주요 요인은 생산성 하락이다. 같은 현대차라도 인도 첸나이 공장은 차 1대 생산에 17시간이 걸리지만, 울산 등 한국 공장은 26시간이 넘는다. 현대ㆍ기아차의 위기는 자동차 산업 자체 위기와 중첩돼 더 심각하다.
□ 주요 84개 도시에서 차 운행 시간을 조사한 결과 하루 중 차 운행 평균시간은 1시간 남짓이었다. 대부분 차들이 23시간 주차장에 서 있는 것이다. 만일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해 평균 운행시간이 12시간으로 늘어난다면, 필요한 차 대수는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 것이다. 최근 차 업계에서 ‘차’라는 용어보다 ‘운송(모빌리티)’이라는 보다 포괄적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이런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차만 팔아서는 생존이 힘들기 때문에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운송 체계 전부를 판매하려는 것이다.
□ 최근 하부영 현대차 노조 위원장이 “우리만 잘 먹고 잘사는 임금인상 중심 투쟁은 옳지 않다”고 반성 입장을 밝혔다. 하 위원장이 주도한 노사고용안정위원회는 10월 현대차의 주력 모델이 전기차가 되면 2025년까지 인력이 4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기존 자동차 부품은 3만개지만 전기차는 2만개면 된다. 현대차 직원뿐 아니라 협력사들에도 치명적 위기다. 4일 현대차 차기 노조위원장에 온건 실리파 후보가 당선됐다. 현대차 노조의 반성이 너무 늦은 것이 아니길 바란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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