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전문 매체인 더힐은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의 ‘통화 기록’이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과 줄리아니 간 광범위한 소통을 증명했다”고 보도했다. 미 하원이 이날 탄핵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위법 행위가 “압도적(overwhelming)”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었던 핵심 근거가 줄리아니의 휴대폰 통화 기록이었다는 것이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下命) 수사’ 의혹과 관련, 전 청와대 민정 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의 휴대폰에 검찰과 경찰이 사활을 걸고 있는 최근 한국 정치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주도해온 미 하원 정보위는 이날 300페이지 분량의 탄핵 보고서를 내고 “대통령의 위법 행위 증거가 차고 넘치며 의회에 대한 사법 방해 증거 역시 그렇다”고 밝혔다. 특히 그간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줄리아니의 통화 기록을 근거로 줄리아니와 백악관이 긴밀하게 소통해온 점에 주목했다.
더힐은 “일례로 줄리아니는 지난 8월 8일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회담 문제를 마무리 짓기 위해 백악관과 쉴새 없이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오후 12시 45분쯤 약 2분 간 백악관과 통화했으며, 20분 뒤에는 백악관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13분 간 이뤄진 오후 3시 13분 통화의 경우 백악관 내 예산 담당자와의 대화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 담당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 보류 문제와 관련, 줄리아니와 협의해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이날 저녁에는 주인이 확인되지 않은 번호로 줄리아니에게 수 차례 전화가 걸렸으며, 수 분 뒤 줄리아니는 다시 백악관에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에 민주당 측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이 받고 있는 의혹을 수사하라고 종용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줄리아니의 이 같은 통화 기록은 그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치적 압력에 깊게 개입하고 있다는 민주당 측 주장을 더욱 탄탄하게 했다고 더힐은 평가했다.
휴대폰에 담긴 정보의 위력은 최근 국내 정치판에서도 새삼 확인되고 있다. 김 전 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1일 숨진 채 발견된 전 특감반원 검찰 수사관 휴대폰을 압수하면서다. 의혹을 풀 실마리가 될 수도 있는 휴대폰을 검찰이 가져가자, 경찰은 ‘증거품을 도둑맞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찰은 매우 이례적으로 검찰의 수사 내용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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