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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우리 정부의 ‘새로운 길’은 무엇일까

입력
2019.12.05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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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백두산지구 혁명 전적지들'을 둘러보는 모습을 4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백두산지구 혁명 전적지들'을 둘러보는 모습을 4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설정한 마감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 말까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그때까지 “미국의 용단”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 덧붙였다. 앞서 1월에는 미국이 제재와 압박을 계속한다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부득불”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복잡하게 말한 바 있다. 3일 북한 외무성은 담화에서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구태여 숨기려 하지 않겠다” 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가 그 담화의 끝이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러 간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과정에서, 북한에 대해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면 사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과 북한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비핵화를 이행하라는 요구와 함께였다. 남한에는 기존 방위비 분담금의 다섯 배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말하는 첨언도 있었다. 주한미군 주둔 여부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 지렛대로까지 등장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다음 날로 예정돼 있었다. 미국은 선 방위비 분담금 협상, 후 비핵화 협상을 하려는 듯하다. 정책결정자들이 “부자 나라” 남한에는 고속철도와 의료보험이 있지만 미국에는 없다는, 자폭에 가까운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말의 공방이 막바지다. 북한의 마감시한 덕택이다. 평화과정에서 마감시한 설정은 보통 양심적 중재자의 몫이다. 갈등 당사자들에게 타협을 강제하고, 폭력적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 과정에는 불행히도 양심적 중재자가 없다. 북한은 간접적으로 협상 종료시점을 만들곤 했다. 효력 발생을 위해 3개월이 필요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가 그 방법 가운데 하나였다. 1993년 3월 북한의 NPT 탈퇴 선언은, 효력 발생 전 북미 협상으로 봉합됐다. 2003년 1월 북한의 NPT 탈퇴 선언은, 마감시한에 즈음해 북한이 핵 개발 의지를 표명하는 방식으로 종결됐다. 올해 12월까지의 마감시한은 두 길을 가리키고 있다.

북한의 최후통첩과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과 비핵화 협상을 연계하는 논리는 한국의 고민을 깊게 한다.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우리 정부는 서로 적대행위를 하지 않고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공동 안보를 만들어가자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을 폐기한다는 약속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정신”이라는 합의를 했다. 이 정신은 올해 2월 북미정상회담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이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회동이 있었지만, 남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의 주저와 군비 증강을 통해 2018년 9월 남북 군사 합의를 암묵적으로 위반했고, 북한은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발사에 주력하다 결국 지난 11월 서해상에서의 해안포 발사로 합의를 명시적으로 위반했다.

2019년 12월, 한반도 문제 당사자들은 모두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북한의 새로운 길은, 북중러 협력이나 평화체제를 위한 다자 협상과 함께 핵 억제력의 질량적 강화의 도모일 것이다. 남한과의 협력은 일단 논외일 것이다. 말의 공방 직후인 4일 북한은 “대내외적 정세의 요구에 맞게 중대한 문제들을” 논의하는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개최키로 결정했다. 겨울에 열린 당 중앙위 전원회의는 북한 역사에서 전환적 결정을 내리곤 했다. 남한, 북한과 의제를 연계하며 순차 협상을 전개하려는 미국의 새로운 길은 실기의 경로일 수 있다. 한국 정부의 새로운 길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동시 구축을 재천명하며 그 길을 가는, 가보지 않은 창발적 방법론을 제시하는 일일 것이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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