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노인복지관 면접서 주거 형태 질문
지원자 “황당하고 치욕스러웠다”
“저소득 지원자에 가점 주려” 해명
“월세로 사는 사람 손들어 주세요.”
경기 연천군노인복지관이 직원 채용 면접에서 주거방식인 전ㆍ월세 여부 등 황당한 내용의 질문을 던져 비판을 받고 있다. 노인복지관은 저소득층 지원자에게 가점을 주기 위한 취지였다지만, 지원자들은 “치욕스러웠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4일 연천군노인복지관에 따르면 지난 13일 25명의 생활 지원사를 뽑는 내용의 채용공고를 냈고, 총 92명이 지원해 3,6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생활 지원사는 몸이 불편한 노인들의 가사와 외출 동행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주 5일(하루 5시간) 근무에 월 122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노인복지관은 공고 이후 27~29일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했다.
문제는 최종 단계인 면접전형에서 불거졌다. 면접관 4명은 그룹면접(6명)에서 지원자들에게 “월세로 사는 사람 손들어 주세요”라고 주문했다. 전세나 자가 등 다른 주거형태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생활 지원사의 역량을 검증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부적절한 질문이었지만 ‘을’ 입장인 지원자들은 순순히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지원자 A(50대)씨는 “여러 사람이 보는 공개 면접에서 전ㆍ월세 여부를 물어봐 창피하고 모욕감이 들었다. 옆 사람 눈치가 보여 솔직하게 손을 들 수 없었다”며 “지원자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성토했다. 그는 “뿐만 아니라 경력사항에 대해선 ‘확실한 것이냐’ ‘다 확인 할 것이다’ 등 마치 취조하듯이 따져 고압적으로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복지관측 해명도 논란이다. 저소득층 지원자에게 가산점(월세 3점, 전세 2점, 자가 1점)을 주기 위해 주거형태를 확인한 것이란 입장인데, 단순 주거 형태로 저소득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원자들은 “개인 사생활을 그렇게 대놓고 물어보느냐”며 “서류전형 과정에서 확인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채용 결과를 놓고도 불공정 시비가 불거졌다. 채용공고 상 △사회복지사 및 요양보호사 자격소지자 △운전면허 및 차량소지자 △연천 거주자에만 2~3점의 가점을 부여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우대 사항은 없다.
반면 면접관의 주관적 판단 영역인 기본사항(15점), 노인이해(15점), 기본소양(15점) 등은 총 평가 점수(66점)의 68%를 차지한다. 지원자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다 보니 자격 우대자에 포함됐음에도, 탈락한 일부 응시자들은 채점결과 공개 등을 제기하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연천군노인복지관 관계자는 “반드시 손을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알렸지만,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공정성 논란과 관련해선)연천군 노인일자리 전담인력 채용 채점표를 동일하게 적용한 만큼 문제될게 없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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