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 호찌민 한인상공인연합회 회장
“이제 한국 기업들의 위상에 걸맞은 활동을 펼쳐야 합니다.”
세계 최대 규모 재외 한인 상공인연합회(KOCHAMㆍ코참) 중 하나인 베트남 호찌민 코참을 이끌고 있는 김흥수 회장은 “베트남에 진출한 많은 한국 기업이 베트남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면서도 “보다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삼성, LG 등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함에 따라 8,000여 한국 기업들이 이제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3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20여년 전 처음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봉제산업 중심의 중소기업들이 닦은 터를 기반으로 최근 전기, 전자, 자동차, 금융 등 중견, 대기업들까지 베트남에 들어오고 있는 만큼 “사회공헌 활동도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펼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그가 지난 7월 뜻 있는 기업들을 모아 베트남한인메세나협회(VKMA)를 출범시킨 배경이다. 김 회장은 “머지않아 고속성장에 따른 후유증이 나타나고,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생길 수 있는 곳”이라며 “음악이 하나의 예방책이자 치유책이 될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협회 목표는 열악한 베트남 음악 교육을 개선하고 수준 높은 한국의 클래식을 베트남에 이식하는 것. 출범식 당시 베트남에서는 더 이상의 교육을 기대할 수 없었던 학생을 전액장학생으로 한국에 보낸 협회는 내년 1월 6일 호찌민에서 자선음악회를 개최한다. 김 회장은 “성악가 김동규씨 등 여러 음악인이 이번 행사에 공감을 표시, 출연한다”며 “협회 활동을 알리고, 더 많은 기업의 동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년간의 논의를 통해 협회 산파 역할을 한 김 회장은 현재 협회 고문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또 ‘의무방어전’ 형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의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응우옌 쑤언 푹 총리 등 공식석상에서 보는 베트남 관료들의 자신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며 “임기응변의 근시안적 활동으로는 이들의 마음을 사는 데 한계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국의 불시 방문이나 감사에 대비해 각종 단체에 기부하고 받는 ‘감사패’를 회사 로비에 전시, 방패처럼 활용하는 등 마지못해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은 현실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실제, 베트남은 한국 기업들의 노력으로 연 7%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이 성장세를 바탕으로 외교무대에서 목소리를 키우며 국제위상도 높여가고 있다. 특히 아세안 의장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을 동시에 맡게 되는 2020년에는 그 위상이 한껏 높아지면 외국기업들에 대한 ‘기대’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김 회장은 “베트남을 끌어 안으려는 각국의 노력이 격화하면서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기업들의 활동은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일 필요가 있다”며 “협회 활동을 통해 ‘한국은 돈벌이에만 집착하지 않고 경제 사회 스포츠 등 문화발전에도 기여했다’, ‘한국은 그래도 우리와 함께 숨 쉬었다’는 이야기를 듣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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