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ㆍ끝> 내연자동차를 버리자
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 시민단체 등 관계자들이 '녹색교통지역 운행제한 및 미세먼지 시즌제 시행 캠페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국회에 미세먼지 특별법의 조속한 개정을 요청했다. 이달 1일부터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시작했지만 미세먼지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핵심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라 할 수 있는 5등급차 운행 제한이 반쪽짜리가 됐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전국 225만대에 이르는 5등급 차량 가운데 생계형차량과 저공해조치 차량을 제외한 110여만대의 운행을 제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운행 제한과 과태료 부과 등의 근거가 되는 법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제ㆍ개정되지 않아 본격 시행을 2월 이후로 미뤘다. 운행 제한 대상 차량도 수도권에 등록된 차량으로 축소하고 지자체에 저공해 조치를 신청한 차량과 생계형 차량 등을 모두 제외하면서 28만대로 쪼그라들었다. 수도권에 등록된 5등급 차량 75만대 중 37%에 불과하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무늬만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일부 노후 휘발유차를 포함한 4ㆍ5등급 차량은 대도시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힌다. 전체 자동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 가운데 4ㆍ5등급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8.5%, 53.4%에 이른다. 전체 차량대수 가운데 18.6%에 지나지 않는 4ㆍ5등급 차량이 전체의 71.9%를 차지하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생성되는 미세먼지의 45%가 건설기계를 포함한 경유차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5등급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지 않고선 미세먼지 감축을 논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78%가 거주하고 있는 수도권과 인구 50만 이상의 도시에서 우선 5등급 차량 제한을 시행하고 향후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에 따라 4등급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대책으로 민간차량 2부제도 논의됐지만 정부는 공공부문으로 한정했다. 전문가들도 차량 2부제의 실효성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일각에선 민간 차량 2부제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시민들의 참여도 등을 고려할 때 높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그보다 4ㆍ5등급 차량을 선택적으로 집중 관리하는 것이 훨씬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 전문가들은 경유 가격을 인상해 경유차 소비를 억제하는 것이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유가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더 많이 미치는데 오히려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비롯한 세금이 휘발유보다 적은 게 문제다. 환경부에 따르면 리터당 휘발유와 경유의 세금은 각각 746원과 529원으로 경유가 200원 이상 적지만, 온실가스배출 등으로 인한 환경비용은 경유가 리터당 1,126원으로 휘발유(601원)의 2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휘발유 대 경유의 상대 가격비는 최근 10년 평균 100대 88 수준으로 독일, 프랑스, 일본과 비슷하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치인 100대 93에 못 미친다. 일례로 미국과 영국에선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비싸고 캐나다와 스웨덴 등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거의 차이가 없다.

환경단체들은 경유를 쓰는 대형 화물차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시에도 화물차를 포함한 생계형 차량은 단속에서 제외하고 있고, 심지어 경유 화물차 등에는 연간 2조원이 넘는 유가보조금(정부가 운송업자의 유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유류세 인상분의 일부를 떼서 운송업자에게 주는 돈)을 지급하고 있다. 송상석 녹색교통 사무처장은 “해외에선 대형 경유 화물차 위주로 시내 운행을 제한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단속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유가보조금도 단계적으로 줄여 그 예산을 대형 경유차를 다른 저공해 차량으로 바꾸는 데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휘발유나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등 화석 연료를 쓰는 내연기관자동차를 줄여나가는 정책이 확산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나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2025년, 독일ㆍ네덜란드ㆍ덴마크ㆍ스웨덴은 2030년, 영국ㆍ프랑스는 2040년부터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해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도 2030년, 중국은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방침이다. 이에 독일 폴크스바겐이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는 등 완성차업체들도 속속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올 10월 기준 국내 등록된 전기ㆍ수소차가 전체 차량의 0.37%밖에 되지 않는 상황을 볼 때 갈 길이 멀다.

내연기관자동차의 축소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활로 개척과도 무관하지 않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결국 국가경제의 중요한 축이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국내 자동차 산업은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해외 환경 규제가 점점 강화되는 상황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다양한 친환경차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석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전기차로 전환을 위해 속도를 내도 부족한 상황인데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생산ㆍ판매 목표는 세계적 흐름에 비춰볼 때 턱없이 부족하다”며 “서둘러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100% 전기차로 제품 포트폴리오로 전환하는 일정과 실행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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