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두산’에선 충무로 톱배우 하정우(왼쪽)와 이병헌의 연기 호흡을 만날 수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겨울 극장가가 이달 중순 새판짜기에 돌입한다.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2’의 흥행 기세가 1,000만 돌파를 기점으로 서서히 꺾이는 시기와 맞물려 새로이 왕좌를 노리는 신작 영화들이 연달아 등판한다. 겨울방학과 연말 휴가가 겹치는 12월 극장가는 여름 휴가철과 설 연휴, 추석 연휴와 함께 손꼽히는 주요 성수기다. 저마다 화려한 캐스팅과 대규모 볼거리 등 물량 공세로 시선 끌기에 나선다.

한동안 고전했던 한국 영화는 올해 최대 기대작 ‘백두산’을 중심으로 ‘시동’과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 각각 앞뒤로 자리를 잡았다. 재난물, 휴먼드라마, 정통 사극 등 장르가 다양해 충돌이 없다. 연말에는 공연 관람을 대신할 수 있는 음악 영화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는데, 뮤지컬 영화 ‘캣츠’가 그 역할을 맡는다.

‘백두산’은 제목 그대로 1,000년간 잠들어 있던 백두산이 폭발한다는 가상 시나리오에서 출발한다. 갑작스러운 화산 폭발로 아비규환이 된 상황에서 한반도를 초토화시킬 마지막 대폭발을 막기 위해 남한 특전사 대위 조인창(하정우)과 북한 무력부 요원 리준평(이병헌)이 비밀 작전에 투입된다. ‘신과 함께’ 시리즈(2017, 2018)를 제작한 덱스터스튜디오의 야심작이다. 순제작비만 260억원, 마케팅 비용까지 포함하면 총제작비 300억원을 훌쩍 넘는 대형 프로젝트다. 관객 730만명을 모아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영화는 18일 언론시사회에서 공개되고, 19일 곧바로 개봉한다. 제작진은 개봉 직전까지 컴퓨터그래픽(CG) 작업에 매달려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한다.

‘시동’에서 ‘마요미’ 마동석은 단발 머리 주방장으로, 젊은 연기파 배우 박정민은 거친 반항아로, 유쾌한 변신을 감행한다. NEW 제공

‘백두산’이 워낙 막강한 덕분에 한국 영화끼리 싸우는 겹치기 개봉은 살짝 피했다. 그러나 ‘시동’이 그 틈새를 노려 도전장을 냈다. ‘백두산’에 하루 앞서 18일 개봉한다. ‘백두산’과 겨뤄 볼 정도로 재미있다고 충무로에 입소문이 났다. 원작은 동명 웹툰이다. 집을 뛰쳐나온 반항아 택일(박정민)과 일찍 생업 전선에 뛰어든 친구 상필(정해인)이 세상과 부딪히며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가출한 택일을 받아준 장풍반점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과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택일에게 가르쳐 주는 인생 수업이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충무로 대들보로 성장한 박정민과 정해인, 단발머리 변신으로 벌써 화제인 마동석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돋보인다. 순제작비 70억원, 총제작비 90억원, 손익분기점 240만명이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세종과 장영실의 숨겨진 사연을 스크린에 빚어낸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 마지막 영화는 31일 개봉하는 ‘천문’이다. 성군 세종과 천재 과학자 장영실이 일군 위대한 업적과 두 천재의 긴밀한 관계를 그린 사극이다. 임금의 가마인 안여가 부서져 책임자 장영실이 곤장형에 처해졌다는 기록을 끝으로 역사에서 장영실이 자취를 감춘 이유를 상상력으로 복원했다. MBC 드라마 ‘서울의 달’(1994)과 영화 ‘넘버3’(1997), ‘쉬리’(1999)에 이어서 20년 만에 호흡을 맞추는 최민식과 한석규가 각각 장영실과 세종 역을 맡아 명연기를 펼친다. 두 배우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꿈을 꾼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가 꼭 우리와 같다”고 입을 모았다. 순제작비 120억원, 총제작비 155억원으로, 결코 규모가 작지 않다. 손익분기점 380만명.

전 세계 8,100만명이 관람한 뮤지컬의 전설 ‘캣츠’를 스크린에서 만나 보자.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한국 영화에 맞서는 할리우드 대표주자는 동명 뮤지컬을 옮긴 ‘캣츠’다. 누구나 멜로디를 흥얼거릴 만한 익숙한 뮤지컬 넘버들로 꽉 채워졌다.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2012)로 한국에서 590만명을 동원한 톰 후퍼 감독이 연출하고, ‘드림걸즈’(2007)의 제니퍼 허드슨과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주연을 맡았으니 음악은 무조건 믿고 들어도 된다. 뮤지컬은 1981년 초연 이래 전 세계 8,100만명이 관람한 대기록을 갖고 있다. 다만, 사람이 고양이를 연기하는 모습을 무대가 아닌 스크린에서 본다는 사실이 아직 생경하다. 털 한 올까지 살아 있는 사실적인 분장이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24일 개봉.

지난해 겨울에는 한국 영화 ‘마약왕’과 ‘스윙키즈’, 할리우드 영화 ‘아쿠아맨’이 같은 날 개봉하고, 일주일 뒤 ‘PMC: 더 벙커’와 ‘범블비’가 가세하면서 극장가는 대혼돈을 겪었다. 다소 아쉬운 결과물에 과당경쟁까지 벌어지면서 한국 영화는 모두 손익분기점에 미달했다. 다행히 올해는 전망이 밝다. 투자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여름 개봉한 ‘엑시트’ 이후로 충무로 흥행작이 없었고 해외 영화는 익숙한 콘텐츠인 터라 관객의 관심이 한국 대작들에 쏠리는 분위기”라며 “제각기 타깃 관객층이 확연히 달라서 관객 수요도 고르게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겨울왕국2’다. ‘겨울왕국2’가 지난달 21일 개봉하면서 겨울 시장을 한 달가량 앞당긴 셈이 됐고, 그로 인해 겨울 극장가 관객 수요가 ‘겨울왕국2’로 흡수됐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앞서 5, 6월 상영된 ‘기생충’과 ‘알라딘’이 7월 들어 잇달아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정작 여름 극장가는 한산했던 전례가 있어, 영화 관계자들은 ‘겨울왕국2’가 미칠 영향을 더욱 예의주시하고 있다. 2013년 이후 2억1,000만명대에 머물러 있는 연간 총관객수 경신 여부도 신작들의 흥행에 달려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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