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당직자 35명 가운데 4분의 1만 교체
김세연 “일괄사퇴 조건으로 동참한 것”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일 당직자 인사를 단행하면서 ‘쇄신’을 앞세웠지만,민심의 평가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총사퇴한 임명직 당직자 중 상당수가 유임되면서 결과적으로 김세연 의원을 여의도연구원장에서 몰아내는 모양새가 된 점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김 의원은 지난달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황 대표의 용퇴와 한국당 해체를 요구해 미운 털이 박힌 터였다.
황 대표에 일괄 사퇴 의사를 밝힌 당직자 35명 중 실제로 교체되는 건 약 4분의 1 정도에 불과할 듯하다. 박완수 신임 사무총장은 3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앞으로 2, 3개 당직을 (추가) 교체하는 것 외엔 전부 유임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가 2일 새로 임명한 당직자는 6명이다.
때문에 ‘김세연 찍어내기’를 위해 황 대표와 가까운 당직자들이 총사퇴를 ‘연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의원은 박맹우 전 사무총장이 당직자 총사퇴를 언론에 발표하기 약 한 시간 전에 그 사실을 박 전 사무총장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한다. 박 전 사무총장을 포함한 다른 당직자들은 당직 사퇴를 일찌감치 결의하고 2일 오전 황 대표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은 “일괄사퇴를 통해 전면 쇄신을 하겠다면 동참하겠다”고 수용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계속 맡아 ‘사심’ 없이 당의 전면 쇄신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끝내 꺾은 것이다. 김 의원은 3일 통화에서 “사퇴하는 분들의 진정성까지 따지는 것은 옳지 않아 보여 총사퇴를 조건으로 동참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 같은 당직 인선에 대한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 한 의원은 “황 대표가 설마 그렇게까지 김세연 의원을 몰아낼까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결과만 보면 의심이 가시지 않는다”며 “쇄신 의지를 엿볼 수 없는 개편인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전날 “쇄신 아닌 쇄악”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이날도 “당력을 총결집해 총선을 준비해야 할 때인데 친위세력을 구축해 당을 장악할 생각만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다만 이번 인선이 당 현실 상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좀비 정당’이라고 한 김세연 의원이 내년 총선까지 여의도연구원장 자리를 지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