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민소득 통계… 3분기 성장률 0.4% 확정
‘GDP물가’는 4개 분기째 마이너스… ‘디플레 공포’ 재확인
올해 3분기 성장률이 재산정 결과에서도 전기 대비 0.4%에 머물면서 연간 2% 성장 달성이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3만3,000달러를 넘어섰던 1인당 국민소득은 올해 명목소득 증가율 저조와 원화가치 하락이 겹치며 작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 2% 성장 가능할까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19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10월 속보치와 같은 0.4%로 집계됐다. 잠정치는 속보 이후 입수된 분기 마지막 달(9월)의 경제 실적 자료를 반영한 결과다. 속보치와 비교하면 건설투자(-0.8%포인트) 증가율은 낮아진 반면 민간소비(+0.1%포인트)와 총수출(+0.5%포인트)은 상향 조정됐다. 한은 관계자는 “민간소비는 승용차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수출(물량 기준)은 반도체,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각각 늘었다”고 설명했다.
3분기 성장률이 0.4%로 확정되면서, 남은 4분기에 전기 대비 1% 가까이 성장해야 올해 2%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소수점 아래 둘째 자리까지 보면 잠정치(0.41%)가 속보치(0.39%)보다 조금 오른 터라 2% 성장에 필요한 4분기 최소 성장률은 0.97%에서 0.93%로 낮아졌다. 하지만 2013년 이래 우리 경제가 1% 이상 성장한 분기는 27개 분기 중 6번에 불과하다.
한은은 정부가 재정집행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재정집행률이 올해 정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최근 5년 평균 수준이면 연 2%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월 말 기준 재정집행률은 중앙재정은 85%, 지방재정은 70% 수준이고, 정부 목표치는 중앙 97%, 지방 90%다. 예년 집행률이 95~97% 수준인 중앙재정보다는, 84~86%에 머물던 지방재정의 집행 속도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커지는 저물가 우려
GDP 디플레이터는 전분기 대비 -1.6%로 외환위기 국면이던 1999년 2분기(-2.7%)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일반에 익숙한 소비자물가뿐 아니라 생산자물가, 수출입물가, 임금 등 각종 가격지수가 반영돼 경제 전반의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GDP 디플레이터는 지난해 4분기(-0.1%)부터 4개 분기째 마이너스 폭을 키우며 감소하고 있는 데다, 하락 기간 면에서도 외환위기 직후 3개 분기(1998년 4분기~1999년 2분기)를 넘어 역대 최장 국면에 들어섰다. 한은 관계자는 “3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보합(0.0%)에 머문 가운데 수출물가가 크게 하락한 것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내수시장(소비자물가)뿐 아니라 해외시장(수출물가)에서도 수요 부진에 따른 저물가가 만연하면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동반한 경기침체) 우려도 좀처럼 가시지 않는 형국이다.
체감경기에 보다 가까운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0.7% 증가하며 전분기 증가율(+2.2%)의 3분의 1에 그쳤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명목 GNI는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이 지수를 바탕으로 산정되는 1인당 국민소득도 지난해(3만3,434달러)보다 뒷걸음칠 전망이다. 원ㆍ달러 환율이 지난해보다 6%가량 상승(원화 가치 하락)한 탓에 GNI가 늘어난 것 이상으로 원화의 달러 환산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