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홍콩의 한 호텔에서 2014년 홍콩 우산시위의 주역인 조슈아 웡(왼쪽 두 번째) 데모시스토 비서장 등 학생 리더 3명이 홍콩 주재 미국 영사관 정치부 책임자인 줄리 이데(오른쪽 두 번째)를 만나고 있다. 이후 중국은 홍콩 시위를 격화시킨 주 원인으로 미국 개입설을 주장하며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뉴시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 인권민주주의법’ 서명 이후 미국을 향해 총공세를 펴고 있다. 홍콩을 지원하는 비정부기구(NGO)를 제재 명단에 올리고 미 군함의 홍콩 입항을 금지하더니 외교관 추방과 정치인 입국 차단까지 거론했다. 홍콩과 더불어 중국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인 신장(新疆) 위구르 인권문제에 반발해 미국 기업의 제재 가능성도 내비쳤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미국이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며 대미 전면전에 힘을 실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3일 전문가 관측을 인용, “전날 외교부가 제재 대상으로 밝힌 5개 NGO가 불법 단체로 낙인 찍혀 이들 조직과 연관된 홍콩과 마카오의 미 외교관들이 추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간 NGO를 향한 칼날을 미 정부로 높이 치켜든 것이다. 댜오다밍(刁大明)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교수는 “중국이 이들 NGO와 관련된 미 외교관들을 조사해 계속 문제를 일으키면 추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간 홍콩 지지 입장을 표명하거나 민주진영에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중국이 의심하는 단체는 휴먼라이츠워치(HRW), 프리덤하우스, 미국국가민주기금회(NED), 미국국제사무민주협회(NDI), 미국국제공화연구소(NRI) 등 5개다. 환구시보는 “NED가 홍콩 시위 주역인 조슈아웡(黄之锋)에게 2012년 10만달러, 이듬해 160만달러를 지원하는 등 색깔혁명에 불을 지폈다”고 비판했다. 중국과 홍콩의 친중 매체들은 시위가 격화되던 지난 8월 조슈아웡이 홍콩 주재 미 총영사관 소속 외교관을 만나는 사진을 대서특필하며 미국 개입설을 주장해왔다. 진찬룽(金燦榮) 인민대 교수는 관찰자망에 “중국 정부 홍콩 연락판공실 규모는 200명이 안 되는데 미 영사관에는 정원 기준을 초과해 1,600여명이나 있다”면서 “과잉 인원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목적성 있게 제재를 가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뤼샹(呂祥) 사회과학원 연구원도 “특히 NED는 세계 곳곳에서 색깔혁명에 자금을 지원하고 정치 활동가를 훈련시켜온 악명 높은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댜오다밍은 “NDI는 민주당, NRI는 공화당의 정치노선을 따르면서 주로 NED에서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며 “이들 단체를 제재하는 건 미국 양대 정당을 향한 경고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이번 제재는 외교관을 포함한 미 정부뿐만 아니라, 만장일치로 홍콩 인권법을 통과시킨 미 의회와 정치권 전체를 겨냥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시 주석은 2일 방중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안보회의 서기를 만나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이 중국과 러시아의 내정을 간섭하고,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며, 경제와 사회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양국은 긴밀하고 믿음직한 전략적 동반자로서 서로를 확고히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미국에 맞선 공조를 재차 다짐했다.

중국은 급기야 민감한 신장 위구르 문제를 먼저 꺼내며 보복을 공언했다. 미 의회에서 신장 위구르 관련 법안 통과가 임박한 데 따른 선제 조치다. 글로벌타임스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정부가 신뢰할 수 없는 미국 기업 블랙리스트를 발표할 것”이라며 “이와 관련된 미국 개인과 기업의 중국 진입을 막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장에서 구금된 소수민족 규모를 유엔은 100만명, 미 국무부는 최대 2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미국을 제외한 서방 외교관과 매체들을 신장으로 초청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는 중이다. 따라서 실제 보복조치가 시행되면 중국이 스스로 잘못을 자인하는 격이다. 트위터 댓글에는 “화성으로 가는 것도 막을래”라는 식의 비아냥도 눈에 띄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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