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ㆍ경 수사권 갈등에다 전관예우 의혹도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하명수사’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특감반이 지난해 지방선거 전 고래고기 사건을 놓고 검ㆍ경이 서로 다투는 상황을 조율하고자 울산에 간 것”이라고 말해 검ㆍ경 갈등의 대표적 사례인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사건은 경찰이 범죄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를 검찰이 유통업자에게 돌려주면서 벌어진 검ㆍ경 공방으로 사건발생 3년 8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종결되지 않고 있다.
울산경찰청은 지난 2016년 4월 밍크고래 40마리를 불법 포획한 유통업자 6명을 검거하면서 이들이 냉동창고에 보관 중이던 시가 40억원 상당의 고래고기 27톤을 압수했다.
하지만 울산지검은 이 중 21톤(시가 30억원 상당)을 한달 만에 유통업자들에게 돌려주라는 지시를 내렸다. 경찰은 이에 대해 “압수물에 대한 DNA 검사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피의자에게 증거자료를 돌려줄 수는 없는 일”이라며 강력 반발했으나 검찰은 환부지휘서를 발행해 관철시키고 말았다. 수면아래 가라앉는 듯 했던 사건은 공교롭게도 경찰 내 대표적 수사권 독립론자인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이 새로 부임한지 한달 만인 이듬해 9월 해양환경보호단체가 고래고기 환부를 결정한 담당검사를 직무유기ㆍ직권남용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본격 재점화됐다.
이는 2016년 12월 22일 고래고기에 대한 DNA 검사 결과가 나온 지 9개월이 지난 시점이어서 주변에서는 의외란 반응도 나왔다. 결과는 고래고기 샘플 47점 중 34점은 보관된 DNA와 일치하지 않아 불법 개체로 추정되고, 13점은 판정 불능이라는 것이었다. 기존 절차대로라면 돌려줘서는 안 된다는 게 경찰의 주장이었다.
검찰은 이에 대해 “DNA 분석으로는 고래유통증명서가 발부된 고래고기와 불법포획된 고기를 구분하기 어렵고 증거가 부족해 환부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경찰이 사건 수사과정을 수시로 언론에 브리핑하자 검찰은 “언론 플레이 중단하고 수사기관은 수사 결과로 말해야 한다”며 경찰을 압박했다.
검찰은 지난해 9, 10월 고래고기 사건 관련 세미나를 2차례 진행해 DNA 분석을 통한 고래 불법포획 판정에는 허점이 있다며 논리를 보강했다. 이에 경찰은 세미나가 열리던 날 DNA 일치 판정이 난 고래고기를 유통업자에게 돌려주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경찰주변에서는 환부를 지휘한 검사와 유통업자의 변호사가 울산지검 관련수사담당 후ㆍ선임인 데다 대학동문이어서 ‘전관예우 및 유착의혹이 짙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검찰은 사건지휘 검사에 대한 고발시기가 황운하청장의 부임과 맞물린 점으로 미뤄 ‘검찰 흡집내기’로 규정하고 맞섰다.
경찰은 관련 사건 압수수색 영장 기각 등으로 수사를 사실상 중단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검찰이 지난 6월 앞서 경찰이 언론 보도자료로 배포한 의료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래고기 사건 담당경찰 2명을 입건하자 경찰이 ‘보복’이라며 수사에 불응하는 등 아직 내연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을 지휘했던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은 오는 9일 오후 7시 대전시민대학에서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라는 책 출판 기념회를 열 예정이다.
울산=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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