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성의 전직 고위 관리가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유예 발표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이 과대포장됐다고 주장했다.
야부나카 미토지(藪中三十二) 전 외무성 사무차관은 3일 아사히(朝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다들 좀 과대평가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소미아에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도 어디서 손을 거두어야 좋을지 생각했고, 일본도 (지소미아) 종료는 좋지 않았다”며 “최종적으로는 한일 실무자의 외교적 노력도 상당히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이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는 일본 언론들의 보도에 대한 지적인 셈이다.
야부나카 전 차관은 이달 개최되는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한일 국장급 협의에 대해 “수출관리와 지소미아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수출규제를 받았기 때문에 지소미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했다”며 “그것을 푸는 것이 외교적 지혜를 발휘하는 지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제대로 수출관리 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 (수출규제를) 원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일본 정부는 한국의 수출 관리 체제가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수출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한일관계가 매우 건전한 상태였던 시기는 1998년이었다”며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와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은 '한일공동선언'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부치 총리는 식민지배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고, 김 대통령은 일본의 전후 행보를 평가했다”면서 “21세기 파트너라고 했던 그 지점으로 다시 돌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한일 기업과 양국 국민의 자발적인 기부와 성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원리ㆍ원칙을 제대로 지키는 편이 좋다”며 “결과적으로 섣불리 단기적인 해결을 하려다 오히려 나중에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가 있기 때문에 모든 게 잘 되어가지 않는 것은 외교가 아니다”면서 “중국과의 사이에서도 센카쿠(尖閣ㆍ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문제가 있지만 서로 중일관계를 잘 진행해 나가는 도중에는 그것(센카쿠열도 문제)이 전면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내년 초로 예상되는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에 대해서는 “현금화는 레드 라인이다. (그렇게 되면) 한일관계는 정말 최악이 된다”며 “12월 중으로 검토되고 있는 한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전체 분위기를 앞으로 진행해, 현금화가 절대로 되지 않은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야부나카 전 차관은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근무했고, 북핵 6자 회담 일본 측 수석대표도 역임한 바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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