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9년 만에 추진했던 한국거래소 종합검사의 연내 시행이 사실상 무산됐다. 금융위원회와 검사 수위를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해 연말까지 검사에 착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 것이다. 내년 이후 검사가 다시 추진되더라도 종합검사 수준의 포괄적 검사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적지 않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거래소 검사가 올해 안에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검사와 관련된 실무를 모두 중단했다. 당초 금감원은 올해 초부터 1분기 검사 착수를 목표로 준비작업을 진행해왔다. 한국거래소는 2015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됐지만 시장 감시, 기업 상장 및 퇴출, 주식시장 운영 등을 정부로부터 위탁 받은 공직 유관단체로서 금융당국의 검사 대상이다. 다만 자본시장법에 따라 거래소 검사는 금융위 요청에 따라 금감원이 착수하는 형식을 밟아야 한다.
금감원이 의욕적으로 준비하던 거래소 검사를 중단한 가장 큰 이유는 금융위와의 관련 협의가 잘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금융기관 종합검사를 부활시킨 금감원은 거래소도 예외가 아니란 판단 아래 종합검사 수준의 포괄적인 검사에 나선다는 방침이었지만, 금융위는 검사 수준을 높이는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검사 수위가 결정돼야 하는데 금융위와 금감원이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국 간 협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금감원의 거래소 검사 계획은 올해 마지막 달인 이달까지도 윤곽이 잡히지 않았다. 현장 검사에 돌입하려면 예비조사 등 사전 준비에만 한 달 넘게 소요되기 때문에 연내 검사 착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년 검사 재추진 여부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거래소 종합검사 추진은 2010년 이후 9년 만이다. 그 동안 거래소에 대해선 전산 사고 등 일회성 이슈로 인한 부문검사가 이뤄졌을 뿐 올해 금감원이 추진했던 것처럼 사전에 준비된 검사는 없었다. 금감원은 한국거래소에 대해 △시장감시 △기업 상장 및 퇴출 △매매 시스템 운영 △투자자 보호 등의 업무 전반을 살펴본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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