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시세반영률 80%로
단독주택 현실화율도 높여
정부, 공시비율 폐지까지 검토
24일 오전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주택 및 토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현행 50, 60%대에서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내용의 공시제도 개편 방안을 이달 발표한다. 부동산 유형별ㆍ지역별 공시가격 균형성을 높이고 현실화율 인상 계획을 공개해 ‘깜깜이 공시’ 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조치로, 이에 따라 고가 주택이나 다주택을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이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2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연차별 공시가격 현실화율 일정을 담은 ‘부동산 가격공시 제도 개편 로드맵’ 수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공시가격 산정을 둘러싼 불투명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신뢰도 강화 종합대책’을 마련해 연내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선 이달 17일부터 시작되는 표준주택 예정 공시가격 열람에 앞서 다음주쯤 로드맵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엔 공개될 로드맵은 청사진 수준으로, 국토부는 연구용역,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 하반기 완성본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부 내용과 발표 시기 등을 관계 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드맵에는 현행 68.1%인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장기적으로 8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단독주택(현실화율 53.0%)과 토지(64.8%)의 공시가 현실화율은 공동주택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시간표’가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공시비율 폐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비율은 한국감정원이 산정한 주택가격에 일정 비율(현행 80%)을 곱해 일률적으로 공시가격을 낮추는 일종의 ‘할인율’이다. 공시비율은 그간 공시가격의 상한 역할을 하면서 보유세 급등을 막는 역할을 해왔지만 여러 형평성 논란도 초래했다. 공시비율이 토지 아닌 주택에만 적용되다 보니 고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해당 토지 공시지가보다 낮아지는 비상식적 상황이 발생하고, 고가주택 및 다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낮춰 조세형평성을 해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지난해 국토부에 표준 단독주택의 공시비율 적용을 폐지해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현실화율이 단계적으로 높아지면 설령 집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공시가격은 계속 오르게 된다. 여기에 공시비율이 폐지될 경우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감정원 산정가격이 10억원인 아파트라면 공시비율 폐지에 따라 공시가격이 8억원에서 10억원으로 뛰게 된다. 만약 아파트값이 10% 오른다면 공시가격도 그만큼 올라 11억원이 된다. 기존 공시가격(8억원) 대비 37.5%나 오르는 셈이다.

공시가격은 보유세 등 각종 조세의 부과 기준이 되는 만큼 이번 조치로 집값 급등 지역이나 고가 주택 보유자는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에선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나 대출 규제로 투기 수요를 옥죄는 한편으로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늘리려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장 안팎에선 서민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급증하지 않도록 세율 조정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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