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민생경제 상황 상기해야”… 여야는 책임 떠넘기며 대립 격화 
전해철(왼쪽 두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 예산안소위위원들이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예산심사 파행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대근기자

필러버스터(국회 본회의 무제한 토론) 정국으로 촉발된 여야의 극한 대치 탓에 헌법이 규정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법정 시한(2일) 내 처리가 끝내 무산됐다. 이로써 20대 국회는 ‘4년 임기 내내 예산안 늑장 처리’라는 오명을 쓰게 됐지만, 여야는 그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며 공방만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이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으면 한국당을 배제하고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선언하는 강수를 두면서 여야 대립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국회의 예산안 심사는 2일에도 올스톱 됐다. 이에 문희상 국회의장은 입장문을 내 “입법부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참담한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5년 연속 법정 시한을 넘기는 부끄러운 국회가 됐으며 국회 스스로 헌법을 어기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중한 민생경제 상황을 상기해야 한다”며 “예산안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통과돼야 한다. 밤을 새워서라도 예산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여야에 촉구했다.

문 의장의 당부에도 여야는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민주당은 예산안과 선거제 개혁안, 검찰개혁안 등을 다른 야당들과의 공조로 처리하겠다며 한국당을 압박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신청을 공식 철회하고, ‘쟁점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지 않고 국회를 정상 운영하겠다’는 공개 약속을 해야만 예산안과 법안을 한국당과 대화를 통해 해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에 응하지 않으면 다른 야당과 협력해서 (국회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예산소위원회 위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예산심사 파행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언석, 이현재, 이종배, 염동열, 박완수 의원. 연합뉴스

민주당은 한국당을 배제할 경우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하고, 패스트트랙 법안들도 함께 본회의에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이번 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과 물밑 협상을 벌여, 예산안과 선거제 개혁안, 검찰개혁안 최종 합의안 도출을 시도할 계획이다.

한국당은 반발했다. 나경원 원대대표는 “이제 예산도 ‘4+1’(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서 하겠다고 한다”며 “예산독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예산소위) 여야 위원들도 공방에 가세했다. 민주당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그 동안 이런 저런 핑계로 예산 심사의 발목을 잡은 것은 한국당”이라며 “3당 간사간 협의체 구성을 두고 한국당 소속 위원장의 참여를 고집했고, 회의록 공개 등 무리한 주장을 하며 수일 간 심사를 지연시켰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위원들은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마저 정치 공세 수단으로 이용해 심의를 거부했다”며 “집권여당 스스로가 민생을 내팽개치고 협의를 거부하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 초유의 사태”라고 반박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