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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ㆍ기소권 다 갖는 공수처, 검찰 견제 넘어 ‘또다른 권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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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ㆍ기소권 다 갖는 공수처, 검찰 견제 넘어 ‘또다른 권력’ 우려

입력
2019.12.03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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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법안 대해부] <하> 검찰 개혁 법안-공수처 설치

백혜련안, 공수처장 대통령이 임명… ‘최대 12년’ 검사 임기도 논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서초구 흰물결아트센터 예술극장에서 열린 '공수처에 대한 오해와 진실'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서초구 흰물결아트센터 예술극장에서 열린 '공수처에 대한 오해와 진실'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묶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을 두고 여야의 끝장 대치전이 점입가경이다. 공수처법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함께 3일 부의되지만 상정과 표결 수순 전망은 안개 속이다.

제1야당은 당 대표 단식에 이어 ‘민생법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라는 극단적 수단을 쓰면서 제동에 사활을 건 상태다. 검찰개혁은 ‘정치검찰’ 오명 논란을 키워온 특별수사를 대폭 축소하면 될 일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공수처=검찰개혁’ 프레임을 짜고 공수처 반대론자를 반개혁세력으로 몰아치고 있다. 공수처 존재 자체가 정쟁의 상징이 됐다. 정쟁과는 별개로 어쨌거나 공수처를 신설하면 ‘권력기관’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국가수사체계에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다. 정권 실세에 제때, 제대로 수사 칼날을 댄다는 공수처. 대체 어떤 부작용이 우려되기에 ‘서초동’ ‘광화문’ 집회로 국론 분열까지 부르는지, 그 쟁점을 짚었다.

①수사ㆍ기소권 다 줘도 되나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안을 보면, 공수처는 수사ㆍ기소권을 다 쥐게 된다. 판ㆍ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이 기소 대상이다. 전체 고위공직자 6,500여명에서 5,000명쯤 된다. 반면 패스트트랙에 함께 오른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안에서 공수처 검사는 직접 기소 권한이 없다. 대신 일반인 9~11명(공수처장이 위촉한 사람 중에 무작위 추첨)으로 구성된 기소심의위원회의를 거치게 했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기소를 독점한 검찰을 견제하려면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별장 동영상 속 인물임을 알면서도 기소 안 한 게 검찰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저작권 한국일보] 패스트트랙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운영법안 비교. 그래픽=김문중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패스트트랙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운영법안 비교. 그래픽=김문중 기자

반면 공수처 도입 자체에 반대하는 한국당은 조국 사태를 계기로 뒤늦게 특별수사를 대폭 줄이자고 해놓고 온갖 수사를 다하며 기소권까지 틀어쥔 공수처를 두자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민주당 검사 출신 금태섭 의원이 공수처를 반대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대안으로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교섭단체 3당 협상 과정에서 공무원 부패 사건을 경찰에 넘기는 ‘반부패수사청’을 제안했다. 미국 FBI 같은 전문 수사기관을 두자는 안인데, 검사 없는 부패전담기구란 점에서 기소권 없는 공수처 검사를 두자는 권은희 안과 다르다. 다만 반부패수사청 방안 역시 영장청구권 없는 ‘제2의 경찰’ 격으로 한계가 있다는 반대 논리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공수처 입법이 본격 논의됐을 땐 기소권이 없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저서 ‘검찰을 생각한다’을 쓴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보 통화에서 “반부패 기구로 초점을 맞추면 수사만 해도 충분한데, (이제는) 검찰 권한 분산 요구가 굉장히 커졌다”며 “검찰 밖에서 수사하고 기소도 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홍인기 기자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홍인기 기자

②대통령이 임명… 정치적 중립될까

공수처 구성원의 임명 방식도 뜨거운 논쟁거리다. 백혜련 안에서 대통령은 처장 추천위원회가 추린 2명 중 1명을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하도록 돼 있다.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2인, 야당 추천 2인 등 7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의 5분 4 이상, 즉 6명이 찬성해야 추천이 된다. 민주당은 “야당이 모두 반대하는 공수처장 임명은 불가능하다”라며 중립성이 보장돼 있다고 강조한다. 권은희 안에선 국회 동의도 더해졌다. 중립성 강화를 위해 정치관여 금지 활동을 공수처장 후보 결격 사유로 하는 수정안도 냈다.

하지만 한국당은 “지금 국회에서 한국당 뺀 야당들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여당과 야합하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민주당 몫은 2명이고, 한국당 몫은 1명뿐이니 여당에 유리한 방식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을 대거 투입하는 ‘민변 검찰’ 우려를 던진다.

임기도 쟁점이다. 백혜련 안에서 처장 임기는 3년 단임제이며, 공수처 검사 임기는 3년에 3회 연임이 가능해 최대 12년이다. 권은희 안에서 공수처장 임기는 2년에 중임 가능하며, 공수처 검사 임기는 2년에 횟수 제한 없는 연임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학계와 시민단체에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위 보장을 통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장치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한국당은 “정권이 교체돼도 공수처 검사는 10년씩 그대로 남아 정권 차원의 부패범죄를 덮어버릴 수 있다”고 반박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없으면 공수처가 그때 그때 오락가락 하기 때문에 검찰 불신 이상으로 공수처 불신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③수사대상과 대상범죄 논쟁

입법ㆍ행정ㆍ사법 분야 모든 고위공직자가 공수처 수사 대상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은 물론 국회의원, 대법관,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판사ㆍ검사, 중앙행정기관 헌법기관 포함 정무직, 청와대ㆍ국가정보원ㆍ감사원 등 3급 이상, 경무관 이상 경찰, 장성급 장교, 광역자치단체장, 시ㆍ도 교육감 등이다. 6,500~7,000명으로 추산된다.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도 포함된다.

하지만 판사를 수사대상으로 삼는 것과 관련해선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훼손 우려와 함께 헌법 제103조의 판사의 재판 독립성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수사 가능한 범죄유형에 뇌물죄, 불법정치자금 수수, 알선ㆍ청탁 등 부패 범죄를 넘어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 직무범죄까지 포괄적으로 포함된 것(백혜련 안)도 논쟁의 대상이다. 직무범죄까지 넣으면서 “법원과 검찰에 정권이 개입할 수 있는 고속도로가 뚫려버리는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직권남용 고소ㆍ고발이 남발될 수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담당 검사에게 직권남용으로 누군가 고발하면 공수처 수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2004년 참여정부 때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비처) 설치법안이었지만 문재인 정부 버전은 ‘비리’보다 확장된 ‘범죄’수사처가 됐다.

권은희 안은 부패 대응에 초점을 맞춰 뇌물ㆍ알선수재ㆍ비밀이용 재산상 이익 취득 등을 대상범죄로 한다. 그래서 ‘부패수사처’다. 대상 범죄에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더해졌는데, “국회의원 등이 정쟁 때문에 툭하면 수사 받을 수 있다”고 여당은 반대한다.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 직무범죄는 부패범죄의 연장선상으로 드러나면 수사가 가능한 관련 범죄로 규정됐다. 대상 범죄나 관련 범죄가 아님에도 공수처가 칼을 빼면 법원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게 규정한 점도 백혜련 안과 차이다.

④공수처 수사 우선권… 효율성은

공수처와 검찰 간 중복 수사에서 공수처가 우선권을 쥐는 대목도 논란거리다. 백혜련 안에선 처장이 다른 수사기관 범죄수사를 공수처가 맡아야 한다고 판단하면 요청할 수 있고, 검찰은 응해야 한다. 정권 실세의 배우자와 자녀 상대 수사에 공수처가 넘길 것을 요구하면 검찰은 중간에 수사를 접어야 하는 것이다. 권은희 안도 흡사하다. 공수처는 소속 검사 범죄에 대해서만 확실히 검찰에 통보(백혜련 안)하거나 이첩(권은희 안)한다.

공수처와 검찰의 이런 관계 설정은 오히려 공수처 설치 목적인 검찰 견제와 고위직 부패범죄 엄정 대응 취지를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초기부터 유력 인사 연루가 보이는 수사는 드물다. 기업 수사 등에선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가다 보면 현역 의원이나 정권 실세 등 공수처 수사대상이 보이는데, 검찰 조직에선 ‘어차피 빼앗길 사건의 몸통을 왜 추적하느냐’는 회의감에 사로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권력기관 사이 수사 효율성과 분쟁 방지를 위한 별도 기구 구성도 제안하지만 부패 대응 역량과 직결된 수사 효율성 대목에 제도적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는 게 여러 전문가 견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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