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강대강 대치로 정기국회 내 민생법안 처리도 불투명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일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열린 '문희상 국회의장·민주당 본회의 봉쇄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내 1ㆍ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2일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강대강 대치’를 나흘째 이어가면서 정기국회(오는 10일 종료) 내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 처리 여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전날 “2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필리버스터 철회’와 ‘필리버스터 보장’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면서 이날 본회의는 무산됐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법 등 검찰개혁 법안이 3일 본회의에 부의되는 점을 감안할 때 2일은 여야가 상대방에 대한 의심을 거두고 ‘민생법안 처리’ 본회의를 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부의된 상황에서 3일 검찰개혁 법안까지 본회의로 넘겨지면 패스트트랙 법안을 표결 처리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지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 법안에 강력 반발하는 한국당 입장에선 ‘본회의 개최’는 곧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의미한다. 지난달 29일처럼 본회의 개최 직전 무더기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한국당 지도부는 이날도 ‘네 탓 공방’을 이어가며 민생법안을 처리할 기회를 날려버렸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생개혁 법안을 우선 처리하자는 오 원내대표의 제안은 우리의 문제의식과 다르지 않다”면서도 “본회의 개최를 위해선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 취소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는 소수 야당에게 있는 정당한 권한인데 이를 봉쇄하고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열지 않은 문희상 국회의장은 사과를 넘어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당시) 본회의가 열렸으면 민식이법이 처리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유한국당 규탄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평행선을 달리는 양당의 기싸움에 오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성을 찾고 오늘 안에 본회의를 열어서 민식이법, 유치원3법, 데이터3법 등 민생개혁 법안부터 우선 처리하자”고 재차 호소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대결 정치선언을 철회하고 한국당은 해당 법안들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유치원3법)을 철회하는 신사협정을 오늘 하루만이라도 맺자”며 “그것이 공멸을 막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원포인트 본회의가 불발되면서 민생법안의 정기국회 내 처리는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필리버스터 대치 정국에서 민주당은 ‘살라미 임시회 전략’(임시회를 여러 번 열어 법안 순차 처리)을, 한국당은 ‘필리버스터 전략’(임시회마다 무제한토론으로 저지)을 쓸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럴 경우 현재로선 민주당이 민생법안보다 패스트트랙 법안을 우선 상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산안 처리(필리버스터 불가능)를 위한 본회의가 정기국회 내 열려 여권이 패스트트랙 법안 중 하나를 먼저 상정하면, 한국당은 이에 맞서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필리버스터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민생법안 처리는 정기국회 이후로 밀린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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