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우(왼쪽)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청와대 민정비서관 시절인 지난해 11월 청와대 본관에서 조국 민정수석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같은 친노(親盧)인 문재인과 안희정이 맞붙었다. 이들의 대결은 친노 양대 계파인 ‘부산팀’과 ‘금강팀’의 세 겨루기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노무현을 대권에 도전하도록 한 핵심 조직이 금강팀이라면, 부산팀은 노무현 변호사 시절 인연을 맺은 측근들로 대선 때 그의 부산 지역 선거운동을 맡았다. 하지만 성골격인 금강팀이 집권 후 대선 자금 사건으로 청와대 입성에 실패한 반면, 문재인 이호철 김경수 윤건영 등 부산팀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사이가 벌어졌다. 당시 금강팀에서는 “고생만 하고 자리를 다 뺏겼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 금강팀으로서 드물게 살아남은 인물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다. 고려대 운동권 선배로 막역한 사이인 안희정이 노 대통령에게 간청한 게 작용했다.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실에서 일한 백원우는 특유의 저돌적 성격과 성실성, 충성심을 인정받아 금세 신임을 얻었다. 20대 총선 때 유세 현장을 찾은 문 대통령이 “백 후보는 노무현의 동지고, 저와도 아주 오랜 동지”라고 소개했을 정도다.

□ 유재수 ‘감찰 무마’와 김기현 ‘하명 수사’ 의혹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타깃이 된 가운데 논란의 당사자 대부분이 친문 실세인 것이 눈길을 끈다. 노무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었던 유재수는 문 대통령을 ‘재인이 형’이라고 부를 정도였고, ‘감찰 중단’ 요청 당사자로 지목된 천경득 행정관은 문 대통령 대선 캠프 일원이었다. 조국 민정수석은 하급자인 백원우의 의견에 따라 유재수 감찰 중단을 지시했고, ‘김기현 사건’은 보고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정수석실의 진짜 실세는 조 수석이 아니라 원조 친문들이었던 셈이다.

□ 지금 보면 조국은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 작업을 도맡았을 뿐 사정, 정보, 여론, 민심 등 민정수석실 핵심 업무에서는 사실상 배제됐던 게 아닌가 싶다. 친노 세력의 강한 ‘끼리끼리’ 의식이 큰 이유겠지만, 조 수석의 기질이 전통적인 민정수석상(像)과는 안 맞는 점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형사법만 공부하던 학자이자 ‘강남 좌파’인 그가 권력이 요동치는 약육강식의 정글을 장악한다는 것은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 더 당혹스러운 것은 조국을 옴짝달싹 못하게 엮으려 했는데 친문 실세들을 건드리지 않을 수 없게 된 ‘윤석열 검찰’이다. ‘문재인 대 윤석열’ 2라운드가 시작된 건가.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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