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박물관 ‘가야본성-칼과 현’ 특별전 3일 개막
국보 제138호 가야금관은 가야의 금속공예 솜씨를 상징하는 대표 문화재다. 1,5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형형하게 빛을 낸다. 지름 20.7㎝ 짜리 얇은 금판을 원모양으로 둥글게 말고 그 위에 풀잎 모양의 세움장식을 달았다. 관 주인의 위상을 한껏 드러낼 수 있도록 테두리를 따라 무늬를 새겨 넣었고, 금실을 꼬아 푸른색의 굽은 옥을 달았다. 소박하면서도 묵직한 멋이 시선을 붙잡는다.
1세기 한반도 남쪽, 변한의 작은 나라들이 모여 이룬 가야의 유물 2,600점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3일 개막하는 ‘가야본성-칼과 현’ 특별전이다. 중앙박물관이 1991년 이후 28년 만에 기획한 가야 전시로, 단편적으로만 전해오던 가야의 역사를 촘촘히 고찰해보자는 취지를 담았다. 가야금관을 비롯한 국보, 보물과 최근 발굴된 가야 유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보내 온 문화재까지 전시된다. 전시를 위해 협력한 기관만 국내외 31곳. 전시 유물 절반 이상이 처음 공개되는 것들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와 달리 가야는 여러 나라(금관가야ㆍ아라가야ㆍ대가야 등)가 어우러져 서로 공존하는 연맹체였다. 각 집단의 개성이 존중된 만큼 발굴된 유물의 종류와 형태가 다채롭다. 굽다리접시만 보더라도 바깥으로 벌어진 입을 가진 금관가야 양식, 불꽃무늬의 구멍으로 장식한 아라가야 양식, 삼각형으로 구멍을 낸 소가야 양식이 다르다. 박물관은 이들 토기의 면모를 한 눈에 비교해볼 수 있도록 전시관 중앙부에 4.5m짜리 대형 유리장을 설치했다. 토기 230점이 한꺼번에 진열된 형식으로, 전통적 박물관 전시 문법과는 다소 달라 흥미롭다.
‘철의 나라’로 불린 가야답게 제철 기술을 엿볼 수 있는 유물도 전시장 곳곳에 배치됐다. 4세기 가야는 종장판갑옷이라는 특유의 철갑옷을 만들었다. 세로로 긴 철판을 가죽 끈으로 이어 붙인 형태로, 갑옷에는 고사리무늬나 새모양 철판을 덧대 꾸미기도 하고 옻칠을 해 녹이 스는 것을 방지했다. 전시장에는 이 같은 기술력이 돋보이는 철갑옷과 말갑옷, 각종 무구류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을 포함해 왜, 신라, 백제, 고구려 등과 활발히 교류했음을 보여주는 유물도 눈에 띈다. 전시장 초입에 위치한 파사석탑이 대표적이다. 붉은 빛의 돌이 쌓여진 형태다. 이러한 암석이 한반도 남부지역에 존재하지 않는 걸로 볼 때 이국에서 싣고 온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경남 창원 현동 고분에서 출토된 배모양 토기도 교역의 증거물이다. 국제항로를 다니는 외항선은 주로 노를 고정하는 고리가 없는 돛단배 형태인데, 토기는 이러한 배모양을 재현했다. 전남 여수, 경남 김해 등지에서 출토된 중국 동전들도 기항지로서의 가야 면모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내년 3월 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이후 부산시립박물관,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 규슈국립박물관에 순회된다. 배기동 관장은 “가야 유물 양을 보면 고대사에 있어 문화적 비중이 삼국과 다를 바 없다”며 “가야 문화의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전시”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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