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0승 고지를 밟은 김세영(26ㆍ미래에셋)이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 열망을 밝혔다. 지난달 말 LPGA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역대 최대 상금을 거머쥔 김세영은 “올해 내게 주고 싶은 점수는 150점”이라면서도 “내년엔 선수로서 최고 영예 가운데 하나인 올림픽에 꼭 다시 출전해 금메달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2일 서울 강남구에서 본보와 만난 김세영은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은 지금까지 했던 LPGA 우승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을 우승”이라며 “상금이 큰 대회에서 마지막 홀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킨 건 내게 정말 큰 경험이었다”며 그 날을 떠올렸다. 이날 우승으로 김세영은 여자골프 역사상 가장 높은 우승상금인 150만 달러(약 17억6,000만원)를 받았다.
김세영은 이 대회에서 꾸준히 선두를 지켰지만 최종라운드 막판 찰리 헐(23ㆍ영국), 다니엘 강(27ㆍ미국)의 맹추격을 받았다. 특히 마지막 18번 홀에서 약 8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하지 못했다면 헐과 연장승부를 펼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세영은 “찰리 헐이 그렇게 치고 올라왔을 줄은 정말 몰랐다”며 “우승한 뒤 리더보드를 보곤 깜짝 놀랐는데, 만일 리더보드를 미리 봤으면 너무 떨렸을 것 같다”고 했다.
김세영은 “퍼팅을 한 뒤 돌아서는 바람에 홀인 순간을 직접 보지 못했다”며 “갤러리 환호가 터지는 순간 우승임을 확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선수들이 끝까지 기다려 우승을 축하해줘 너무 기뻤는데, 고진영이 왜 바지주머니에 물을 털어 넣었는지는 만나서 물어볼 생각”이라며 웃었다.
김세영의 시선은 벌써부터 내년 도쿄올림픽을 향해 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6위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내년 시즌 초반 성적에 따라 올림픽 진출을 내다볼 수 있게 됐다. 도쿄올림픽 진출권은 2020년 6월 여자골프 세계랭킹 기준 15위 이내에 든 한국선수 가운데 4명에게 주어진다.
3년 전 리우올림픽 출전 당시 삼성전자로부터 제공받았던 ‘갤럭시 S7엣지 올림픽 에디션(올림픽폰)’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김세영은 “휴대폰은 내년 (다른 올림픽폰으로) 교체할 것”이라며 도쿄행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리우에서) 박인비 언니가 금메달을 따는 걸 보고 부럽기도 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고 전하면서 “지난 올림픽 때 했던 실수를 다시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LPGA 대회 때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내년엔 25개 안팎의 대회에 출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김세영은 메이저 대회 우승을 꿈꾸고 있다. 그는 “선수생활을 하며 모은 돈을 나중에 어떻게 쓸지도 고민하고 있다”면서 ‘로레나 오초아(38ㆍ멕시코) 모델’을 따르고 싶단 뜻도 전했다. 재단을 만들어 후배들을 지원하는 등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활용하겠단 계획이다. 당장 이루고픈 개인적인 소망은 여행이다. 김세영은 “욕심부리자면 ‘골프 백 없이’ 프라하 등 유럽여행 한번 가보고 싶다”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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