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총선, 물갈이가 승패 가르는 변수
과잉 대표된 법조인 운동권 대폭 줄이고
진영 벗어나 새 시대 표상 인물 뽑아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는 운동권 출신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검사와 판사 출신이다. 한국당은 60대 법조인이 주축인 ‘675 법조당’, 민주당은 50대 운동권 출신이 주축인 ‘586 운동권당’이다. 50, 60대는 민주주의를 지향하면서도 권위주의와 집단주의적 사고에 익숙하다. 과연 이들이 4차 산업혁명의 거센 파고가 밀려오는 시대적 대전환기를 헤쳐갈 수 있을까. /뉴스1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물갈이 경쟁이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역 의원 40%가량을 물갈이한다는 방침이다. 이철희ㆍ표창원 의원 등 불출마 선언도 잇따른다. 자유한국당도 현역 의원을 절반 이상 교체하기로 했다. 역대 총선을 보면 참신한 인재 영입이 승패를 갈랐다. 기존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이 뿌리 깊기 때문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DJ의 정계 복귀로 보수 여당(민자당)이 위기를 느끼던 1996년 15대 총선에서 이재오 김문수 이우재 등 재야 인사들을 끌어들여 외연을 넓혔다. 보수 내부에서도 반대가 심했던 파격 영입이었다. DJ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우상호 이인영 임종석 등 386 운동권 인사들을 영입해 ‘개혁’ 이미지 심기에 성공했다.

인적 쇄신은 총선의 단골 메뉴였다. 비례대표를 포함하면 물갈이 폭이 40%를 넘는 경우가 많았다. 새 인물의 대거 등장으로 정치도 나아졌을까. 국민의 정치 불신은 더 심해졌다. 오직 승리를 위해 명망가 중심의 물갈이를 되풀이해온 탓이다. 한국당 영입 대상 명단에 김연아 선수, 박찬호 선수, 이국종 교수, 방송인 백종원씨 등 유명 인사가 대거 포함된 게 대표적이다.

보수 정당은 전통적으로 노장년 법조인ㆍ관료 출신이 인재풀을 이뤘다. 한국당도 ‘675(60대ㆍ70년대 학번ㆍ50년대생) 법조당’이다. 의원 108명 중 59명(54.6%)이 60대 이상이다. 검사 10명을 포함해 법조인 출신이 17%나 된다. 민주당은 86세대 학생 운동권과 노동ㆍ사회ㆍ시민운동 출신이 주축인 ‘586 운동권당’이다. 과거 진보적 가치를 위해 자기를 희생한 세대지만 이제 거대한 권력 집단이자 세대 교체에 눈감는 정치 귀족이 돼버렸다.

거대 양당의 모습에서 보듯, 대한민국 국회는 권위주의 시절 교육받았던 675, 586 정치인이 운전대를 쥔 ‘꼰대 국회’다. 전체 의원 중 50, 60대 비율은 무려 86%(256명). 30대 이하는 3명뿐이다. 50, 60대는 민주주의를 지향하면서도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와 집단주의적 사고에 익숙하다. 대통령 당대표 등 제왕적 지도자의 눈치만 보며 당의 이해가 걸린 일이면 물불 안 가리고 나서는 배경이다. 이러니 정치는 실종되고 혐오와 적대의 막말만 넘쳐난다.

정치는 단순히 사람을 바꾼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시대 정신을 반영하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인재를 찾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집단주의에 젖은 50, 60대 법조인과 운동권 중심의 인력 충원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진태 나경원을 반공의 유산에 갇힌 또 다른 정치 검사, 정치 판사로 교체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해찬 임종석을 선악 이분법으로 세상을 재단하며 부정(否定)의 정치에 매몰된 또 다른 운동권 인사로 교체하는 건 진짜 인적 쇄신이 아니다.

과잉 대표된 법조인, 운동권 출신을 대폭 줄이고 심각한 연령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 시대의 새 조류에 접목할 수 있는 청년과 여성, 그리고 장애인 비정규직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을 늘리는 게 관건이다. 그래야 정치가 바뀌고 우리네 삶을 바꾸는 정책이 만들어진다.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는 정치 신인들에게 절대 불리하다. 당장은 비례대표 공천 방식을 바꿔 절반은 20~40대 청년 몫으로, 나머지 절반은 여성과 사회적 약자 몫으로 배정하자.

기업과 공공기관이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고용사회’가 무너지고 있다. 역사적 대 전환기다. 그럼에도 675 법조당은 70년대 권위주의에, 586 운동권당은 80년대 민주화에 매몰돼 있다. 민주화와 산업화를 딛고 새로운 시대 정신을 구현할 인재들이 나와야 한다. 여야가 수혈하는 ‘새 피’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이해하고 정책 대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여야를 뛰어넘는 세대 연대로 망국적인 사회 갈등과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세대 교체와 함께 시대 교체에 적합한 인물이어야 한다. 70, 80년대에 갇힌 675, 586 정당으론 희망이 없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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