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권재현 올림플래닛 대표 “VR로 창 밖 풍경까지 재현한 견본주택, 부동산 중개 서비스에 접목”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면서 주목을 받는 분야 중 하나가 부동산 기술(프롭테크)업체들이다. 프롭테크는 기존 부동산 관련 사업에 ICT를 접목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다.
신생(스타트업) 기업인 올림플래닛은 대표적인 프롭테크 업체다. 이 업체는 가상현실(VR) 기술을 부동산 중개 서비스에 접목했다. 권재현(36) 올림플래닛 대표는 “부동산 거래를 하려면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해 매물로 나온 부동산을 찾아가서 살펴본 뒤 계약을 한다”며 “우리나라에 복덕방이 등장한 이후 달라진 게 별로 없는 부동산 유통 생태계를 바꿔야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사업 배경을 밝혔다.
◇시간과 비용 줄여주는 VR 견본주택들
수 많은 부동산 중에서도 올림플래닛이 우선 집중하는 분야는 상가, 오피스텔 등 상업용 부동산 분양 시장이다. 권 대표는 “부동산 시장은 분양에서 시작된다”며 “시작을 바꾸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권 대표는 2015년에 상가 부동산 분양을 위한 ‘집뷰 VR’ 솔루션’을 개발해 선보였다. 집뷰 VR은 견본 주택부터 분양 매매의 대부분을 VR로 처리할 수 있다. 즉 설계도를 토대로 만든 견본 주택을 VR로 제공하기 때문에 부동산 구입을 원하는 사람들이 굳이 견본주택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이용자는 집뷰 VR 사이트에 접속해 컴퓨터(PC)용 VR 헤드세트를 착용하고 올라온 VR 견본 주택들을 살펴보면 된다. 실제로 기자가 VR 헤드세트로 살펴보니 마치 견본 주택을 방문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서 있는 지점에서 고개를 돌리면 주변 360도 모습을 모두 볼 수 있고, 손에 쥔 조작장치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지점으로 이동해 해당 방이나 거실 등을 자세히 볼 수 있다. 특히 창 밖 풍경까지 재현해 놓아서 조망까지 살펴볼 수 있다. 권 대표는 “설계도를 토대로 실제 주택과 동일한 VR 주택을 보여준다”며 “견본 주택에서도 볼 수 없는 창 밖 풍경까지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권 대표는 기존 공인중개사들과 상생을 강조한다. 그는 “VR 서비스를 제공해도 하루 아침에 부동산 시장이 바뀌지 않는다”며 “가격이 높은 상품일수록 대면 거래가 중요해 중개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래서 올림플래닛은 VR을 이용한 부동산 중개업소도 중요 사업 중 하나로 생각한다. 즉 VR 견본주택을 살펴본 뒤 공인중개사들의 전문 상담 서비스를 받는 식이다. 권 대표는 “VR 기반의 부동산 중개업소로 보면 된다”며 “서울 논현동 회사 건물 1층에 이런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VR 부동산 전시관을 최근 만들었다”고 말했다.
VR 전시관을 방문한 사람들은 다양한 견본 주택을 살펴본 뒤 공인중개사들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권 대표는 “아직도 부동산 거래를 원하는 사람들은 직접 상담 받기를 원한다”며 “내년 4분기까지 수도권에 공인중개사들이 상주하며 상담을 해주는 VR 부동산 전시관을 30개 가량 만들 생각”이라고 전했다.
올림플래닛은 VR 부동산 중개업을 실제 공간과 인터넷에서 동시에 제공할 예정이다. 공인중개사들에게 가상의 사무실과 함께 VR 부동산 전시관에 공유 사무실 개념의 공간을 함께 제공한다. 이곳에서 VR로 이용자들에게 실시간 상담을 제공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공인중개사들은 사무실 비용과 광고비 등을 아낄 수 있다. 권 대표는 “공인중개사들이 월 20만원만 내면 VR 전시관을 공유 사무실처럼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온라인과 실제 공간에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각종 부동산 상품을 소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 KT와 손잡고 VR 집뷰 서비스
이를 확대하기 위해 권 대표는 KT의 슈퍼VR 플랫폼을 이용한 협업을 진행 중이다. 그는 “KT의 슈퍼VR 플랫폼 안에 ‘집뷰’ 전용 채널을 만들어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내년 초 KT에서 이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KT의 VR 이용자들은 슈퍼VR 플랫폼에 접속해 ‘집뷰’ 채널관에서 다양한 부동산 매물을 VR로 살펴보고 궁금하면 상담버튼을 눌러 공인중개사에게 실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 중에 마음에 들면 인터넷으로 계약서까지 쓸 수 있고 이사 및 인테리어 업체까지 거래할 수 있다. 권 대표는 “집뷰 채널에 베트남 등 해외 부동산 매물도 소개할 예정이어서 이용자들은 안방에서 다양한 지역의 부동산 매물을 앉아서 살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관련 콘텐츠는 5년 동안 10만 세대의 부동산을 VR로 만들어 놓아 풍부한 편이다.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주상복합건물, 고급 빌라 등 종류도 다양하다. 권 대표는 “그동안 VR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초창기에 60일 걸렸던 VR 작업이 이제 4시간이면 끝난다”며 “설계도만 있으면 충분히 실제 같은 VR 건물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체 직원 37명 가운데 31명이 VR 개발자들이다. 이들은 게임 개발에 쓰이는 ‘언리얼’ 게임 엔진을 이용해 VR 콘텐츠를 개발했다.
VR 헤드세트 등 관련 장비가 없어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은 올림플래닛이 제공하는 논현동 VR 부동산 전시관을 방문하면 된다. 권 대표는 “집뷰VR을 이용하면 공인중개사는 물론이고 소비자 등 부동산에 관련된 사람들의 시간과 공간,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올림플래닛은 약 3개월 전에 중개법인까지 설립했다. 권 대표는 “부동산 중개법상 매물을 취급하려면 중개법인이 필요하다”며 “6명의 공인중개사들이 중개법인에 소속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인중개사를 계속 채용할 계획이다.
매출은 지난해 50억원이었으며 올해는 벌써 100억원을 넘어섰다. 매출의 15~20%에 해당하는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발전소 건설하다가 VR 견본주택을 만들어요.”
원래 권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경영학 석사(MBA)를 마치고 캐나다의 건설회사에 취직했다. 그곳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을 담당했다. 그는 “당시 북미에서 VR을 이용해 발전소를 미리 만들어보는 모의 실험이 유행했다”며 “이때 VR로 사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많이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귀국 후 VR 회사를 차렸다. 직접 프로그래밍까지 배워서 개발에 참여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처음에 공장 건설 등에 필요한 작업을 VR로 했는데 수십만 평 규모여서 쉽지 않았다”며 “이후 사업 방향을 상업용 부동산 분양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했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건설사들을 찾아다니며 VR 사업에 대해 설명했고 2015년 7월 대림산업과 계약을 하면서 사업에 불이 붙었다. 그는 “대림산업이 처음으로 VR로 견본주택 서비스를 하면서 건설업계에 소문이 났다”며 “지금은 주요 건설사들과 대부분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사업하는 알파킹그룹도 계약을 맺었다. 권 대표는 “알파킹그룹이 호치민시에 고급 주상복합단지를 지어서 판매한다”며 “이를 VR 견본주택으로 만들어 전세계에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권 대표는 앞으로 부동산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VR 서비스를 확대해 시장을 넓힐 계획이다. 그는 “단계적으로 VR 부동산 전시관을 확대할 것”이라며 “VR로 제공하는 보험, 관련 금융 등 다양한 사업을 가상 공간에 끌어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겸 스타트업랩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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