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여름부터 미사일을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발사할 때 사용되는 콘크리트 토대를 수십 곳에서 증설하고 있다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2일 보도했다.
한국ㆍ미국 관계자에 따르면 증설된 콘크리트 토대는 가로와 세로가 수십m에 달해, 사정거리가 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이동발사대도 설치할 수 있는 규모다. 올해 연말을 시한으로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압박하는 북한이 이후 단거리탄도미사일이나 초대형방사포 시험발사에 머물지 않고 ICBM 등 미국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도발에 나설 수 있는 징후로 해석된다.
콘크리트 토대는 지반이 약한 지역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발사대가 손상되거나 미사일 궤도에 영향을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진다. 또 발사 장소가 사전에 감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ㆍ미ㆍ일은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과 관련해 위성사진이나 북한이 공개한 발사 당시 사진을 분석해 발사 시 진동으로 땅이 깊게 패거나 이동식 발사대가 파손되는 사례 등을 파악해 왔다. 북한은 콘크리트로 포장된 고속도로나 공항 활주로에서 이동식 발사대를 설치해 미사일을 발사한 경우도 있었다.
북한은 2017년 11월 사거리 1만2,000㎞에 달하는 신형 ICBM ‘화성-15호’를 발사한 이후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 발사를 하지 않고 있다. 북미 협의의 진전을 기대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소득 없이 결렬로 끝났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월 연설에서 북미 협의와 관련해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북미 실무협상 북측 대표인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달 19일 조선중앙통신에 “미국이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조미(북미) 대화 개최는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미 협의의 진전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연말까지 미국이 양보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아사히신문은 “북미협의가 정체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 등은 북한이 새로운 군사 도발에 나설 우려가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연내 중거리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고, 일본의 해상자위대도 11월 초부터 북한의 도발을 경계하면서 이지스함을 동해상에 상시 배치하고 있다.
한편,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외무성 일본담당 부국장이 최근 담화를 통해 “아베는 진짜 탄도미사일이 무엇인가를 오래지 않아 그것도 아주 가까이에서 보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북한이 올해 20기가 넘는 미사일 발사를 거듭하고 있고,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심각한 도전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으로 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계속 미국 등과 긴밀히 연계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경계 감시에 전력을 다해 우리나라의 평화 및 안전 확보를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