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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전설의 SF 영화

입력
2019.12.03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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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스틸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스틸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우리나라에서는 유난히 흥행을 하지 못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엄청나게 성공한 영화가 있다.

바로 전설의 SF 영화 ‘스타워즈’다. 얼마 전 볼 만한 영화를 찾던 중 스타워즈의 새로운 시리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크리스마스 즈음하여 개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부제인 ‘스카이워커의 부활’이라는 제목에 마음을 빼앗겨 예고편을 보고 말았다. 예고편은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대서사시를 보며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처음 스타워즈를 접한 건 지금으로부터 41년 전인 1978년이다. 당시 나는 초등학생이었다. 낙원상가 2층에 있던 허리우드 극장에서 개봉했는데, 영화를 보려는 시민들의 줄이 낙원상가를 돌고도 모자라 인사동까지 이어졌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친구가 얻어온 팸플릿을 봤는데 놀라운 장면들로 가득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말할 것도 없이 두 명의 로봇, R2D2와 C-3PO였다. 이름도 외우기 힘든 이 두 로봇은 SF 영화를 접해본 적 없는 내게 신세계를 열어주었다. 그리고 부모님 손을 잡고 가서 보게 된 스타워즈는 충격 그 자체였다. 광선 검과 밀레니엄 팰콘, 그리고 다스베이더. 그날부터 나는 스타워즈의 광팬이 되어 속편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만큼 스타워즈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나는 예고편을 보며 감회가 새로웠다. 당시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들은 어느덧 70이 넘은 노인이 되었고, 심지어 여주인공 레이아 공주 역을 연기했던 캐리 피셔는 고인이 되었다. 하지만 영화는 여전히 광속으로 우주를 질주하고 있다.

그런데 스타워즈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대체 우리나라에서는 왜 SF 영화가 나오지 않는 걸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이 아마도 제작비일 것이다. SF 영화는 기본적으로 배경과 인물, 그리고 등장하는 장비 등을 제작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상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7년 개봉한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제작비는 3억2,000만달러였다.

한화로 3,7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자국 내 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할리우드이기에 가능한 제작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3,000억원이 아닌 60억원 정도의 금액으로 SF 영화를 만들어 흥행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옆 나라 일본이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마징가Z, 천공의 성 라퓨타, 건담 등 수많은 SF 영화를 만들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성공하고 있다. 물론 애니메이션이기에 실사인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제작비가 적게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제작비에 관한 문제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SF물에 대한 전통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는 SF물의 전통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리얼리즘 예술문화로부터 시작된 소위 장르문화에 대한 경시(輕視) 사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예술계에는 아직도 장르문학이나 예술에 관한 경시 사상이 존재한다. 때문에 문학이건 영화건 예술작품 위주로 교육을 한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장르문화에 대한 경시 사상이 생겨난다. 하지만 장르문화는 대중문화의 뿌리다. 스타워즈와 천공의 성 라퓨타의 뿌리 역시 대중소설과 만화인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발전을 위해 장르문화가 더욱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SF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이를 바탕으로 만든 SF 영화를 보기 위해 1,000만 관객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나라의 대중문화를 더욱 다양하고 강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작품 목록에 SF물을 올려볼 계획이다. 언젠가 스타워즈와 어깨를 나란히 개봉관에 걸리는 날을 상상하며.

장용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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