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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의원들 법안, 필리버스터로 막는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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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의원들 법안, 필리버스터로 막는 한국당?

입력
2019.12.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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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개 안건 뜯어보니 자가당착“도대체 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 등 의원들이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과 국회의장 민생외면 국회파탄 규탄대회'를 열고 '필리버스터 보장, 민생법안 처리, 국회 본회의 개의'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 등 의원들이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과 국회의장 민생외면 국회파탄 규탄대회'를 열고 '필리버스터 보장, 민생법안 처리, 국회 본회의 개의'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꺼내든 카드인 필리버스터(국회 본회의 무제한 토론)는 국회 소수파가 의사 진행을 방해해 특정 법안의 표결을 저지하려고 할 때 사용하는 수단이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선언에 국회 일정이 전면 중단되면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법 처리 등을 막겠다는 한국당의 전략이 일단은 먹혀 들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199개 안건을 살펴보면, 필리버스터 성립 자체가 안 되는 인사 안건부터 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한국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이 대안을 만든 민생법안까지 포함돼 있다. ‘스스로 본회의에 넘긴 법안을 제 손으로 저지하겠다는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한국당 일각에서도 ‘묻지마 필리버스터’라는 자조가 나온다.

한국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의사과에 199개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신청했다. 29일 본회의 상정이 예고돼 있었던 안건을 모조리 묶어 신청한 것이다. 선거법 등의 처리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 한국당의 의도였던 듯하다. 그러나 이 중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양정숙)에 관한 선출안’이 포함돼 있었다. 국회법상 인사 안건은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다. 이에 198건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만 유효한 것으로 정리됐다.

나머지 안건들도 논란의 여지가 컸다. △청년기본법, 포항지진특별법, 소상공인기본법, 균형발전법, 벤처투자촉진법 등 민심이 처리를 열망하는 민생 법안 △전통 소싸움 경기에 관한 법 등 단순 법률 용어 정리가 목적인 법안 △한국당 의원들이 공들여 발굴하고 대표 발의까지 한 법안 △한국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주도해 대안을 마련하고 의사봉을 두드린 법안 등이 수두룩하게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기본법은 2016년 5월 30일 20대 국회 개원 첫날 한국당이 당론 1호 법안으로 내세운 법안으로, 신보라 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체육계 성폭력 방지 대책을 담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역시 조훈현 한국당 의원이 참여해 대안을 냈다. 두 법 모두 쟁점 법안이 아니다.

포항지진특별법은 김정재 한국당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한국당 소속인 이종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려 대안을 본회의에 넘겼다. 소상공인기본법안 역시 김명연 한국당 의원의 원안을 반영해 이종구 위원장이 부의한 대안이다. 이은재 한국당 의원이 발의하고 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이 본회의에 넘긴 법무사법 개정안도 필리버스터 대상 안건으로 신청됐다.

김태흠 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통 소싸움 경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법안의 ‘환급해야 한다’는 표현을 ‘되돌려줘야 한다’로 바꾸는 내용이다. 필리버스터로 저지할 이유가 전혀 없는 법안이라는 얘기다.

199건의 무더기 필리버스터 신청에 대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여야 이견이 컸던 유치원 3법에 대해서라면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 때문에 당일 처리 안건에서 유치원 3법은 철회할 생각까지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갸우뚱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에게 ‘도대체 왜 그랬냐’고 물었다가 ‘잘 몰라서 그랬다’는 뚱딴지 같은 답을 들었다”며 “정말 몰랐다기 보다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들렸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처음부터 5개 안건에 대해서만 필리버스터를 할 계획이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한국당 중진 의원은 1일 통화에서 “진심으로 민식이법 등을 처리할 의지가 있었다면 이를 모두 처리한 뒤에 유치원 3법 등에 대해서만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더라도 지연 전략은 여전히 유효했을 것”이라며 “뻔히 보이는 자충수를 두면서 민생법안의 발목을 잡는 한국당의 모습만 노출시켰다”고 꼬집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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