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패널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하ㆍ조롱하는 발언을 여과 없이 방영한 tbs TV에 법정제재인 ‘주의’ 조치를 내린 것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안종화)는 “제재 명령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시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시 산하 방송사인 tbs TV는 지난해 9월 18일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여기에 출연한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강 장관이 통역사 출신이라 외교ㆍ안보 분야에 존재감이 없다”고 하거나 강 장관의 처지를 장관의 이름과 비슷한 발음의 병명(간경화)으로 빗대 표현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이 발언을 문제 삼아 방송사에 ‘주의’ 제재를 결정했고, 방통위는 서울시에 제재 처분을 명령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3조 제5항에는 “대담ㆍ토론프로그램에서 진행자 또는 출연자가 타인을 조롱 또는 희화화해서는 안된다”고 적시돼 있다. 주의는 법정제재의 첫 단계로, 벌점이 주어지기 때문에 채널 재승인ㆍ재허가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재다.
서울시는 이에 소송을 제기하며 “진행자가 강 장관을 비하하는 발언을 유도하지 않았고 생방송 프로그램의 특성상 진행자와 출연자 간의 대화를 일일이 체크하고 반영하기 어렵다”며 제재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방송의 파급력을 볼 때 규정을 위반한 정도가 상당히 중하다고 판단했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의 시작 소식을 기다리며 시청자들이 방송의 내용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진행자가 먼저 “강 장관이 호통 쳤잖아요, 외교관들이 왜 이렇게 영어를 못하냐고”라며 문제 발언의 단초를 제공하고 김 의원의 발언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등 부적절한 대응을 한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음날 사과방송을 하고 김 의원을 출연정지 시키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출연자의 발언 수위나 파급력의 정도와 비교할 때 불충분했다”며 공적 책무를 다하지 못한 방송사에게 ‘주의’ 제재는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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