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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봉사라고 월급까지 떼가면…

입력
2019.12.01 16:00
수정
2019.12.01 21:5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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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5명 중 4명 직장괴롭힘 경험… 일반 직장인의 3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 사회복지시설에 일하는 사회복지사 A씨는 얼마전 몇몇 팀원들과 시설장에게 불려가 “시설을 위해 희생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매달 직원들 월급에서 떼가는 후원금을 더는 내지 않겠다고 하자 돌아온 말이었다. 시설장은 “나는 더 많이 낸다”,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느냐” 같은 말까지 쏟아내며 화를 냈다. A씨는 “심지어 후원금을 안내면 휴가비나 성과급도 안 준다는 말까지 하더라”며 “시설장 마음대로 그럴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실제로 이런 조건으로 휴가비나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1일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내놓은 ‘사회복지시설 직장내 괴롭힘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복지사 5명 중 4명(77.6%)은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월16일부터 11월15일까지 직장갑질119의 직종별모임인 ‘사회복지119’가 사회복지사 1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는 앞서 지난 10월 직장인 1,000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23%)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괴롭힘 피해를 당한 응답자의 76%가 진료나 상담의 필요성을 느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한 행위자는 ‘임원 또는 경영진’이 절반 이상(54.7%)이었고, ‘임원이 아닌 상급자’(31.6%)가 그 다음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응답자의 절반(53.6%)이 1년 내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데 가장 큰 원인으로 직장내 괴롭힘(33.5%)이 꼽혔다.

{저작권 한국일보}사회복지사-박구원 기자/2019-12-01(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사회복지사-박구원 기자/2019-12-01(한국일보)

이처럼 사회복지시설의 직장 내 괴롭힘이 상대적으로 심각한 이유로는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이미지 탓에 부당한 대우에 문제제기를 못하는 현실(44.5%ㆍ중복응답)이 가장 컸다. 또 불명확한 관리ㆍ감독 책임주체(39.3%), 직원 간 관계가 긴밀한 작은 규모(34.7%), 기관장의 가족 운영(25.4%) 등도 주요 이유로 지적됐다. 복지시설 특성상 A씨처럼 후원을 강요당하거나 교회 부흥회 참석 등 종교를 강요하는 방식의 직장내 괴롭힘 사례들이 많이 제보됐다고 직장갑질119는 전했다.

일명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시행으로 취업규칙에 직장내 괴롭힘 예방과 발생시 조치 사항 등을 포함시켜야 하지만 3분의1(38.7%)이 개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사회복지법인 등에 대한 평가항목에 직장내 괴롭힘 예방 교육 시행 및 취업규칙 개정 여부 등을 추가하고 평가주기(현 3년)도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특별 전수조사를 하는 한편 책임감 있는 점검을 위해 장기적으로는 지도・감독의 주체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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