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내년도 예산안과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법안 상정을 앞두고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20대 국회에 ‘낙제’ 수준의 평가를 내렸다. 특히 20대 국회의 경제 입법 성과와 갈등 해소 입법에 대해 상당한 실망감을 내보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기업 300개사(대기업 100개, 중소기업 200개)를 대상으로 ‘20대 국회에 대한 기업인식과 향후 과제’를 조사한 결과 경제분야 입법이 4점(A학점) 만점에 평균 1.66점(D학점)을 받았다고 1일 밝혔다. 전체 대학생 10명 중 7명(69.8%)이 B학점 이상 취득(교육부 2018년 대학정보공시)한 것에 비춰볼 때 낙제 수준의 평가를 내린 것이다.
기업들은 일단 경제입법이 부진한 원인으로 ‘이해관계자 의식’(40.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정쟁 때문에 경제입법이 후순위로 밀림’(32.7%), ‘경제활성화 위한 입법마인드 부족’(20.3%)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는 “경제 현안이 정치 논쟁에 밀리거나 이해관계자의 반대를 이유로 법안 통과가 미뤄지고, 임기 만료로 폐기된 후 차기 국회에서 다시 발의되는 ‘입법 미루기’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과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 등은 18대 국회, ‘데이터 3법’ 등은 19대 국회부터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경제분야 입법 부문만 박한 평가가 내려진 게 아니었다. 사회통합 및 갈등해소는 1.56점으로 그보다도 낮았고, 대정부 감시ㆍ견제 분야 역시 1.95점으로 C학점을 밑돌았다.
기업들은 이 같은 ‘성적 낙제’ 국회가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입법활동 때 국가 전체 관점이 아닌 표심이나 이해관계자를 더 의식하는 점’(80%), ‘정치이슈로 인한 경제활성화법안 처리지연’(72.0%), ‘입법기관 역할보다 소속정당의 입장에 따른 법안심의’(68.3%) 등을 꼽았다.
김현수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법안처리가 지연될수록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게 되고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ㆍ추진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면서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에서 주요 경제입법을 최우선 처리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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