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보도되는 조현병 관련 뉴스가 대부분 범죄 관련 사건과 연결돼 있어 사회적 편견과 낙인 효과가 강화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조현병은 이전에는 정신분열병으로 불렸다. 사회적 편견과 낙인 효과를 줄이려고 2011년 병명을 개정했다. 조현(調絃)이라는 단어는 서산대사가 지은 ‘선가귀감’이라는 책에 나오는 조현긴완(調絃緊緩)에서 따왔다. 현악기 줄을 너무 팽팽하거나 느슨하지 않게 적절히 조율해야 한다는 뜻으로, 마음도 이와 같아야 한다는 의미다.

병명은 바뀌었지만 사회적 편견과 낙인 효과가 줄어들기는커녕 시나브로 ‘조현병=살인 유발병’이라는 새로운 편견이 생겼다. 지난 연말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 피살 사건에 이어 올해 4월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6월 예비 신부의 꿈을 짓밟은 고속도로 역주행 충돌 사고 등이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현병 환자를 혐오하는 ‘조현병포비아’마저 생겼다. “환자라는 사실을 밝혔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서 ‘조현병 환자는 사람 죽여도 된다면서’라는 소리를 들었다.” 한 조현병 환자는 체험 수기에 이렇게 적었다.

조현병은 제대로 치료를 받으면 거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이 일반인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2012~16년 경찰청 범죄통계 자료) 일부 극소수 환자가 저지르는 살인 등 중범죄는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은 탓이 크다. 그런데 진단조차 받지 않는 환자가 너무 많다. 환자가 50만명으로 추정되지만 진료를 받는 환자는 10만8,000명에 그치고 있다. 환자의 80%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조현병도 빨리 치료할수록 예후(豫後)가 좋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는 발병 후 12주 이내 치료를 권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평균 56주를 넘겨 치료 받을 정도로 늦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초기 급성기 치료의 의료수가가 낮은 탓도 적지 않다.

초기 급성기에는 환자가 거칠게 행동할 때가 많아 치료하는 데 인력과 힘이 더 든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급성기 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급성기 의료수가(병원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 뒤 건강보험공단에서 받는 돈)를 만성기 치료 때보다 더 많이 준다. 그런데 우리는 급성기나 만성기나 의료수가가 똑같아 병원들이 급성기 치료를 외면한다. 수익도 안 되고 사고도 잦아 정신과 병상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실정이다. 여의도성모병원과 인천성모병원에서는 정신과 병동이 사라졌고, 서울성모병원도 병상을 30% 줄였다.

만성기 치료도 문제다.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후 환자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병원에서 퇴원시켜 지역사회에서 우선적으로 치료 받게 하는 탈원화(脫院化)정책으로 강제 입원(비자의 입원)은 크게 줄었다. 강제 입원 비율이 2016년 12월 61.6%에서 2018년 4월 37.1%로 감소한 것이다.

그런데 자의 입원도 크게 늘었다. 자의 입원 비율이 2016년 12월 38.4%에서 2018년 4월 62.9%로 급증했다. 만성기 환자가 퇴원해도 돌아갈 곳이 없거나 보호자가 외면하면서 자의 입원을 통해 병원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얘기다. 지역사회 치료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1인당 지역사회의 정신건강 예산이 3,889원으로 법 개정 전인 2015년(3,827원), 2016년(3,650원)과 별 차이가 없다.

특히 병원 밖에서 환자를 관리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20만명 당 1곳에 불과해 아일랜드(2만5,000~3만명 당 1곳)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의 정신보건예산도 전체 보건예산의 1.56%에 불과해, WHO 권고안(5%)에 한참 못 미친다. 조현병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인 셈이다.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처럼 ‘정신질환국가책임제’를 국정과제로 내세우는 등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라는 환자단체와 의료계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다. 더는 가족에게 책임을 미루지 말자.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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