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련 법안에 찬성 입장 내놔
의료인이 중증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 스스로 그 사실을 3년마다 정부에 신고하도록 규정한 법안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찬성 입장을 내놓자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현장 의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논란이 불거진 건 지난달 15일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치매(61명)ㆍ조현병(49명)을 주요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의사가 110명에 달한다는 보도자료를 내면서다. 의료법은 의료인 결격사유에 망상이나 환각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중대한 제약이 있는 경우를 들고 있으나 면허 취득 이후에 발생한 정신질환에 대해선 신고가 자율적이다. 복지부는 보도자료가 나오자 입장자료를 내고 현재 국회에 정신질환 유병 신고를 의무화하는 법안(강석진 자유한국당 의원안ㆍ2016년 발의)이 계류 중이며 이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안에는 정신질환 유병 여부를 거짓으로 신고한 의료인에게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지난 4월 조현병 환자 안인득의 진주 방화ㆍ살인사건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자 보건 당국이 정신질환을 앓는 의료인에 대한 관리 강화 필요성에 동의한 것이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이러한 법안이 공연히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만 부추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정신질환 치료를 받는 사람은 의료행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가정한 발상 자체가 과학적 근거가 없는 편견이라는 주장이다. 정신의학계는 이런 조치가 인권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 정부 등이 비준해 2008년 발효된 ‘유엔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서 장애를 근거로 한 각종 권리의 제한은 부당하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지난해 정부에 중증 정신질환자를 자격ㆍ면허 취득 결격사유로 정한 27개 법안을 수정하라고 권고했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어떤 질병이든 심각하면 의료행위에 영향을 미칠 텐데 모두 신고하도록 해야 하느냐”라며 “조현병 환자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은 시대에 지극히 사적인 정보를 강제로 신고하도록 하는 법안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최준호 한양대구리병원 교수는 “의료인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지만 정신질환을 앓는다는 이유만으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라고 지적했다. 부작용이 크고 현실성이 낮은 신고 의무화보다는 의료인 면허관리 전담기구를 만들고 문제가 나타난 의사가 신체적ㆍ정신적으로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인지를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요구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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