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상학과 심리철학 분야에 큰 족적을 남긴 세계적인 철학자 김재권 브라운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5세.
1934년 대구에서 출생한 고인은 서울대 불어불문학과에서 2년간 공부한 후 1955년 미국 국무성 장학생에 선발돼 미국 다트머스대에서 철학 공부를 시작했다. 프린스턴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코넬대 존스홉킨스대 미시간대 등을 거쳐 1987년부터 30년 가까이 브라운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2014년 은퇴했다.
그는 정신, 형이상학, 행동이론, 인식론, 과학철학에 두루 관심을 보였고 특히 분석철학 일파인 심리철학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물질과 정신을 분리해온 서양 근대 철학자들과 달리 물질과 정신을 하나로 보는 ‘심신일원론(心身一元論)’을 주장했으며 심리적 현상이 물리적 현상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수반(隨伴)이론’을 창시했다.
2008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철학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대를 방문했던 그는 “정신적 사건의 대부분이 뇌의 사건으로 환원될 수 있다”며 “의식, 도덕 등 정신적인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물질인 뇌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려하면서도 명확한 문체로 널리 알려진 그는 미국의 철학자들 사이에서 ‘철학적 글쓰기’의 모범으로 자주 꼽히기도 했다.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미국 철학회의 중부지부 협회장을 맡았고 미국학술원의 정회원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심리철학’ ‘과학철학’을 남겼고, 하종호 고려대 교수 등이 출판사 아카넷을 통해 ‘김재권과 물리주의’를 펴내기도 했다. 서우철학상, 경암학술상,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을 받았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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