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위 확정한 경남은 K리그2 부산과 승강PO
/그림 1인천 선수들이 지난달 30일 창원 축구센터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최종라운드에서 경남과 비기며 잔류에 성공한 뒤 유상철 감독에 헹가래를 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췌장암 4기 판정을 받은 유상철(48)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팀을 K리그1(1부 리그)에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인천이 최하위를 달리던 지난 5월 중순 사령탑을 맡았던 그는 “팀의 K리그1 잔류를 이끌겠다”고 약속했는데, 결국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잔류를 확정했다.
하지만 그에겐 과제가 하나 더 남았다. “병마와 끝까지 싸우겠다”는 약속을 하나 더 지켜야 한다. 팬들은 경기 후 “남은 약속 하나(췌장암 극복)도 지켜달라”고 당부했고, 유 감독도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시 한 번 약속했다.
유 감독이 이끄는 인천은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파이널B(7~12위) 최종전에서 경남과 0-0 무승부를 기록, 10위를 유지하며 ‘잔류왕’이란 별명답게 올해도 K리그1에 살아 남았다. 이날 1,000명 안팎의 인천 팬들은 잔류에 대한 기대, 유 감독의 활짝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 속에 창원까지 머나먼 원정 길에 올랐다. 전세버스 16대가 동원됐고, 대중교통이나 개인 차량으로 이동한 팬도 상당수였다. 실제 이날 오전 9시 35분 서울에서 창원으로 출발한 KTX 산천 열차엔 칸마다 적게는 5명, 많게는 10명 안팎의 인천 팬이 탑승해 최종전 열기를 가늠케 했다.
그러나 경남도 잔류가 절실하긴 매한가지였다. 실제로 경남은 경기 초반 거센 공격으로 분위기를 잡았다. 경남은 미드필더 쿠니모토(22ㆍ일본)를 중심으로 김승준(25), 고경민(32)을 앞세워 15개 차례 슈팅으로 인천 골문을 두드렸다. 인천은 수비수 부노자(31ㆍ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강력한 상대 슛을 얼굴로 막아내는 등 육탄전도 불사하며 실점 위기를 모면했다.
경남은 그러나 후반 막판까지 이어진 결정적 기회들을 허공에 날린데다, 후반 38분 페널티 킥 비디오판독(VAR)에서도 ‘노 페널티 킥’이 선언되면서 결국 11위로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이날 경기에서 이겨야만 잔류를 확정할 수 있었던 경남은 11위로 정규리그를 마치면서, 오는 12월 5일과 8일 K리그2(2부 리그)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부산과 홈 앤드 어웨이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여기서 이긴 팀은 내년 시즌을 K리그1에서, 진 팀은 K리그2에서 뛰게 된다.
경기가 0-0으로 끝나자 유 감독은 세상을 다 얻은 듯 코칭스태프와 부둥켜 안았다. 그리고 환호한 팬들 앞에 당당히 선채 확성기를 통해 “선수들 기죽지 않게 응원 많이 와 주셔 감사하다”고 외쳤고, 팬들은 잔류를 이끈 유 감독을 향해‘남은 약속 하나(췌장암 극복)도 꼭 지켜줘’라는 메시지가 적힌 현수막을 들어올렸다.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장에서 유 감독은 이 현수막이 언급되자 잠시 말을 잇지 못했지만, 이내 극복 의지를 밝혔다. 그는“어떤 결과가 나오고 어떤 기적이 일어날 지 모르겠지만, 나 또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힘들더라도 (췌장암을)잘 이겨내겠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창원=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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