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선거법, 거대 양당의 야합 결과
헌재 판결과 반대로 비례대표 축소해
‘개악 공범’ 민주당 이번에는 달라야
3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진의원-상임위원장-원내대표단 연석회의에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선거법 개정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제도정치에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촛불혁명까지 가져왔던 왜곡된 대의민주주의를 바로잡기 위해 여야의 박근혜 탄핵세력이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고 있는 선거법 개혁안을 저지하기 위해 자유한국당이 총력투쟁을 하고 있다. 개혁안이 비례를 늘리기 위해 지역구를 줄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유한국당이 자기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사생결단으로 나서는 것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현행 선거법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개혁 권고, 그리고 다수 정치학자들과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와는 정반대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주도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야합해 4년 전에 개악한 개악법이라는 사실이다.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은 모든 사람이 똑같이 한 표씩을 행사하며, 그 표가 똑같이 한 표로 존중 받는 보통선거제도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않다. 인구가 적은 농촌을 배려하려다 도시와 농촌 선거구의 인구 차이가 3.5배까지 벌어졌다. 이에 2015년 헌법재판소는 농촌의 표가 도시의 3.5배로 간주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하고 이를 2대 1 이하로 줄여 나가라고 판결했다. 또 중앙선관위는 현행 제도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사표가 생겨 민의가 왜곡되고 있다며 득표와 의석수의 격차가 줄도록 비례대표를 확대하고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라고 권고했다. 많은 학자와 시민단체도 비슷한 취지에서 비슷한 제도 개혁을 촉구했다. 사실 2016년 총선의 경우도 녹색당 등에 던진 표는 전부 사표가 됐고 소수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6% 이상 득표했으나 의석수는 2%에 불과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득표율 이상으로 의석을 차지해 두 당에 투표한 표는 정의당에 투표한 표에 비해 위헌 판결을 받은 3.5배보다 더 큰 4배로 평가받았다. 이는 정의당 같은 소수정당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서울시의원 선거에서 25.8%를 얻고도 의석수는 5%인 6석에 그쳤다. 한국당에 던진 표는 제 가치의 5분의 1 취급을 받은 것이다.

이 같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당대표였던 민주당은 비례대표제 확대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했다. 새누리당도 처음에는 이에 호응하는 듯하다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정반대로 개악을 주장했다. 즉 현행 선거법이 위헌이라는 헌재 판결을 무시할 수 없으니, 비례대표를 줄이고 지역구를 늘려 헌재 요구대로 농촌과 도시의 선거구당 인구 격차를 3대 1 이하로 줄이자는 것이었다. 당시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새누리당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3대 1로 인구 비율을 맞추려면 농촌이 많은 호남의 의석수가 준다는 이해관계 때문에, 민주당도 결국 이에 합의해주고 말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물 건너갔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54석에서 47석으로 7석 줄이고 지역구를 253석으로 늘린, 헌재 판결 정신을 완전히 던져버린 시대착오적인 개악이었다. 농촌과 도시 표 가치의 격차는 줄였는지 모르지만 소수 정당 표와 거대 정당 표의 격차는 오히려 더 커지게 된 것이다.

한국당은 지난해 서울시의회 선거처럼 민의가 의석수에 제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 개혁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님을 인식하고 입장을 전향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 계속 이에 반대하는 것은 한국당이 민심을 왜곡하는 제도에 기생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정당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민주당이다. 현 지도부는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면서도 지역구 축소에 따른 밥그릇 위협 등으로 내심 개혁이 좌초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민주당은 4년 전 개악의 공범이 됐던 죄를 이번 기회에 씻어내야 한다. 역사는 이를 다 기억하고 있다. 역사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당신들의 앞으로의 행적 역시 모두 기억할 것이다.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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