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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선에서 ‘우리들병원 1400억 대출사건’ 수사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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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선에서 ‘우리들병원 1400억 대출사건’ 수사 막았다”

입력
2019.12.02 04:40
수정
2019.12.02 11:5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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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사건 수사 관여 경찰 증언]

“새로 온 상관이 수사 일몰제 빌미, 사건 확대 말고 조기종결 압박

신한은행 대출 의혹 밝히려면 이상호 회장의 산업은행 대출 수사해야

항의했지만 최하 평점 받아”… 상관은 “정당한 지휘, 외압 없었다”

[저작권 한국일보] 우리들병원 대출 사건 관계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우리들병원 대출 사건 관계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처음에는 신한은행 대출 사건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우리들병원(산업은행 1,400억원 대출 의혹사건)까지 수사하라고 했지만, 지휘부가 바뀐 뒤부터는 완전히 막았다.”

경찰 지휘부가 산업은행 특혜대출 의혹이 제기된 우리들병원 수사를 막았다는 경찰 내부의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 이번 증언은 여권 친문 인사와 우리들병원ㆍ천주교의 관계를 소상히 알고 있는 신혜선씨의 본보 인터뷰(18일자 1ㆍ2면) 이후 정치권에서 우리들병원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신씨는 2009년 친문 인사와 가까운 이상호 우리들병원 회장을 연대보증인으로 해 자신의 서울 청담동 건물을 담보로 신한은행에서 260억원을 대출받았지만, 3년 뒤인 2012년 6월 이 회장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1,400억원을 빌리는 과정에서 신한은행 대출 연대보증인에서 빠지자 신씨는 빚을 떠안게 됐다. 이에 소송전에 돌입한 신씨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뒤인 2016년 말 신한은행 측의 이 회장 연대보증인 해지 동의서 위조 등 추가 자료를 제출, 사문서위조 혐의를 수사해 달라고 서울 서초경찰서에 요청한 상황이었다.

◇”빨리 수사 끝내라” “왜 그걸 인지해서 그러냐”

이 사건 수사에 깊이 관여한 경찰 A씨는 최근 한국일보에 윗선에서 사건을 신속히 끝내라는 압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앞서 A씨의 전임 상관은 신씨가 제기한 신한은행 260억원 대출사건이 결국 이상호 회장의 1,400억원 산업은행 대출사건과 엮여 있는 만큼 수사를 확대하라고 독려했는데, 후임으로 온 상관 B씨는 지난해 2월쯤 ‘내사ㆍ수사 일몰제(인지 사건의 경우 1년내 사건처리)’를 이유로 사건을 빨리 검찰에 송치하라고 A씨를 다그쳤다는 것이다.

A씨는 “B씨가 일몰제를 빌미로 ‘신한은행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가 나왔는데 왜 그걸(산업은행 대출 사건) 캐려고 하냐’고 했다”며 “추가증거를 바탕으로 한 신한은행 사건에 대해서도 빨리 끝내라며, 불기소로 처리하라고 (지시가) 왔다”고 증언했다. 앞서 신한은행 직원 2명은 260억 대출사건과 관련해 사금융알선과 사문서위조, 컴퓨터 등 사용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 2016년 사금융알선 혐의만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됐다. 경찰은 그 후 신씨의 추가 제보를 바탕으로 이 회장의 대출 연대보증인 해지와 관련해 신한은행 측의 신씨 동의서 위조 혐의를 수사 중이었다. A씨는 “B씨가 부임하자마자 이 같이 지시했는데, 일몰제가 있더라도 주요 사건은 상부 결재를 받아 지휘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계속 수사할 수 있다”며 “끝내라는 것은 수사하지 말고 덮으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A씨는 구체적인 압박 정황도 설명했다. “B씨 사무실에서 관련 증거를 다 보이며 ‘이런 이런 혐의가 있는데 왜 무조건 못하게 하냐’ ‘이건 수사를 해야 된다’고 말하니, B씨가 ‘그게 되냐’ ‘왜 그걸(산업은행 대출사건) 인지해서 그러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A씨는 이어 “B씨가 나를 ‘인사이동 시키겠다’고 말하면서 ‘서장이 일몰제 사건을 1년 넘게 처리하지 못한 무능한 직원을 왜 데리고 있냐고 나가라고 했다’는 말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 사건을 빨리 종결하고, 산업은행 쪽으로 수사를 확대하지 않도록 압박했다는 것이다.

B씨는 그러나 수사 지휘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B씨는 “일몰제에 걸려 부담이 있었다. 사건 접수 후 진행이 늦어서 빨리빨리 처리하라고 한 것뿐”이라며 “더구나 A씨 의견대로 사건을 처리됐는데 뭐가 문제인가”라고 반박했다. 산업은행 1,400억원 대출에 대해 수사를 벌이지는 않았지만, 신한은행 사건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당시 서초경찰서장도 “대법원 재판까지 확정된 사건에 대해 수사가 계속돼 종결했으면 좋겠다는 수사지휘 의견이 올려와서 당시 일몰제도 있고 하니 그렇게 하라고 서면 지휘를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B씨가 사건 신속처리 근거로 든 내사ㆍ수사 일몰제는 문재인 정부 경찰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경찰 내규지만, 절대적으로 따라야 할 규정은 아니다. 수사 장기화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6개월 이상 경과된 모든 내사사건 및 1년 이상 지난 수사사건은 기일이 경과하면 수사 부서장 책임으로 종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혐의 입증이 임박한 경우 등 예외적으로 사건을 진행해야 할 사유가 있으면 수사 부서장 승인을 거쳐 수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몰제와 관련해 “내부적 지시명령이니 지키지 않으면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면서도 “사건이 확대되거나 시간이 많이 드는 중요 수사라면 절차를 통해 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호 회장의 신한은행 대출 연대보증인 해지와 관련한 신씨 동의서 위조 의혹 사건과 관련해 서초경찰서는 2016년말 인지수사를 개시했으며, 지난해 9월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8개월 뒤인 올 5월 범죄 의도가 없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우리들병원 전경. 우리들병원 홈페이지 캡처.
우리들병원 전경. 우리들병원 홈페이지 캡처.

◇“몸통 밝히려면 산업은행 수사 필요”

A씨는 “무도 곁가지만 뜯어봐야 뿌리만 뽑히지 몸통은 안 뽑히지 않나. 신한은행 사건 수사가 제대로 되려면 산업은행 1,400억원 대출 수사가 이루어졌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상호 회장이 개인회생을 신청한 전력이 있었고, 개인대출 한도가 있기 때문에 산업은행 대출을 받기 위해 신한은행 대출 연대보증인 해지 등 여러 장벽 제거를 위해 무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 대출 수사가 선행돼야 신한은행 대출사건도 해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A씨는 “이상호 회장이 2012년 산업은행에서 대출 받은 1,400억원의 사용처에 대해 비자금, 대선 자금 등 여러 의혹이 있는 만큼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신한은행 사건에 국한해도 재수사를 할만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신한은행 직원들이 이자가 빠져나가는 것을 신씨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통장을 5개나 신씨의 막도장을 파서 위조한 것 등 새로운 증거를 들었다. A씨는 “이 회장의 전 부인인 김수경씨가 현금으로 낸 이자를 신한은행 직원들이 빼돌리고 이를 채우기 위해 한 일로 보이는데도 관련 혐의가 검찰에서 불기소 처리됐다”며 “법원 판결도 위조된 것들이 진짜라는 전제로 나왔기 때문에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 상관인 B씨는 “1,400억원 사건이 (신한은행 사건과) 연결된 것은 맞지만 (신혜선씨가) 1,400억원을 수사해달라는 것은 아니었다. 수사가 늦으면 당연히 빨리 하라고 하는 것이고, 정체돼있던 사건을 빨리 진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B씨는 특히 “부끄러운 짓 한 거 없다. 어디서 전화를 받아서 ‘이 사건 하지마’라고 들은 거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B씨가 부임하기 전에 이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전임 상관은 A씨에게 수사확대를 독려했다. 그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A씨가 수사를 더 한다고 해 격려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퇴직 후 산업은행 대출 법률자문을 맡았던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옮겼다.

◇”근무평정 최하점수 받아”

A씨는 결국 산업은행으로 수사를 확대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근무평정에서도 최하점수를 받았다. A씨는 “이전까지 4개 등급 가운데 1, 2등급에 해당하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지난해 평가에선 4등급에 해당하는 평가를 받아 승진심사가 3년이나 늦춰졌다”고 밝혔다. B씨는 이에 대해 “근무평정은 A씨 한 명만 놓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평가한다”며 “내가 그 많은 직원들 등급을 어떻게 전부 기억하나”라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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