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23ㆍ한국체대ㆍ제네시스 후원ㆍ129위)은 2019년을 내적 성장을 이룬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록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건강하게 코트 위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는 소회를 밝혔다.
정현은 2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네시스와 함께 하는 정현 선수와의 만남'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시즌은 10점 만점에 5점이었다. 부상으로 대회 일정의 절반 정도밖에 소화하지 못했다”면서도 “건강한 모습으로 한 해를 마친 것에 만족한다”고 한 해를 돌아봤다. 이어 “내년엔 서브와 리턴, 체력을 보강해 코트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정현은 일말의 여지가 없는 한국남자테니스의 간판이다. 2017년 넥젠 파이널 우승에 이어 2018년 호주오픈에선 한국 선수 최초로 그랜드슬램 4강에 진출하는 신화를 썼다. 하지만 올해엔 부상으로 프로 데뷔 이래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2월 ABN 암로 토너먼트 1회전 탈락 이후 허리와 발 부상으로 5개월 간 대회 출전을 하지 못했고, 지난해 최고 19위였던 세계랭킹도 170위까지 떨어졌다. 한국 선수 최고 랭킹도 후배 권순우(22ㆍ당진시청ㆍCJ 후원ㆍ88위)에 내줬다.
하지만 부상 공백이 오히려 약이 됐다. 정현은 성적보다 테니스의 즐거움이 먼저라는 걸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호주오픈에서의 성과에 짓눌려 압박감에 시달렸다”며 “하지만 지금은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어릴 때로 돌아간 것처럼 테니스의 재미를 다시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적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복귀전이었던 7월 청두 챌린저 우승을 차지하며 귀환을 알린 정현은 이어진 US오픈에서 예선을 뚫고 본선에 진출했다. 2회전 ‘베테랑’ 페르난도 베르다스코(36ㆍ스페인ㆍ49위)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2를 3-2로 뒤집는 명경기를 연출했고, 3회전 라파엘 나달(33ㆍ스페인ㆍ1위)전에선 한층 향상된 경기력을 보여주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는 “수많은 관중 앞에서 나달 같은 톱 선수와 맞붙어 자신감을 충전했다”며 “도쿄 오픈에서 지금껏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칠리치를 이긴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정현은 내년 도쿄 올림픽 출전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운동선수라면 당연히 출전하고 싶은 대회가 올림픽"이라며 "기회가 되면 꼭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 이겨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다만 올림픽에 나가려면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 출전 경력이 3회 있어야 한다. 후원사 문제로 9월 중국전 출전이 불발됐던 정현은 횟수를 채우기 위해 내년 3월 이탈리아와의 월드그룹 예선전에는 반드시 출전해야 한다. 그는 "발 부상 때문에 다른(협회 후원사) 신발을 신기 어렵다”며 “협회에서 이해를 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이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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